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사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이 삼성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수천 건의 ‘노조와해 공작’ 문건을 근거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실태’가 베일을 벗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은 소속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나 폭로 등으로 수없이 의혹이 이어져 왔지만 경찰이나 검찰 수사, 재판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가 드러난 적은 없다.
■ 검찰이 확보한 문건 어떤 내용 담겼나?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이 확보한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관련 문건 6000여건에는 삼성이 노조설립을 와해하기 위해 세운 ‘노사전략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삼성이 지금까지 내세운 ‘무노조 경영 전략’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노조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 만한 복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설명하도록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노조설립은 초기에 와해해야 한다”는 대응전략을 짜도록 했다. 이는 2013년 10월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151쪽 분량의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내용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문건에는 “노조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 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주길 바란다. 조기와해가 안 되면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은 해당 문건이 삼성과 관련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문건 곳곳에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조설립을 사전에 막고 노조설립 뒤에는 와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2012년 노사전략’을 언급하며, 노조설립 시도에는 ‘알박기 노조’로 대응하고, 노조설립을 시도하는 직원들은 문제 인물로 분류해 사찰을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 삼성 노조는 ‘암호’ 등으로 처리
특히 삼성은 대부분 문건에서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약어나 암호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NJ’, 문제직원은 ‘MJ’라고 표현했으며, 우군인 가족직원은 ‘KJ’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울산센터가 작성한 ‘조직 안정화 방안’이라는 문건에도 “48명 중 6명을 ‘그린화’(노조에 가입한 인원을 탈퇴시킨다는 의미)하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며 노조원을 ‘NJ’라고 기재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2013년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결성하자 ‘노조전략 문건’의 내용대로 단체교섭을 지연하면서 표적 감사, 인사체계 개편작업 등을 통해 노조 탈퇴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이 삼성전자에서 확보한 문건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 문건 어떻게 확보했나?
이번 삼성의 노조와해 관련 문건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서 삼성전자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관련 문건 등이 담긴 외장하드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다스 관련 내용 외에도 노조와해 관련 문건이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달 초 부당노동행위 개입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지난달 27일부터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압수한 외장하드가 4개에 이르고, 자료량이 방대한 만큼 분석에는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실제 삼성그룹에서 노조와해 행위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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