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부장·지회장 등 조직 내부 직책을 주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아 챙긴 정진호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 회장의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지난해 회원 11명을 지부장·지회장으로 임명해 주는 대가로 개인당 500~4000만원씩 총 1억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정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정 회장의 금품수수에 관여한 참전자회 부회장 등 이 단체 간부 3명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 회장 등은 경찰 조사에서 회원들의 돈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참전자회 기금이라고 생각해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어 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매관매직’ 의혹은 월참 내부 모임인 ‘전우회바로세우기모임’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알려졌다. 전우회바로세우기모임은 정 회장의 매관매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일부 월참회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 단체 관계자는 “필수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사람이 지회장에 임명되는 등 임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참전자회의 정관을 보면, 중앙회장은 전국 16개 지부장을 임명할 수 있고 지부장은 지회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실상 중앙회장 1인이 지부장과 지회장 임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전우회바로세우기모임 관계자는 “월참 중앙회장은 지부장과 이사를 모두 선임할 수 있는 제왕적인 자리”라고 했다.
재향군인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보훈단체인 참전자회는 2012년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된 뒤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매년 30억원 안팎의 예산지원을 받게 되면서 이권을 갖는 회장직이나 지부장직을 놓고 소송전이 이어진 것이다.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정 회장 등 월참 간부들은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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