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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래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가치있는 노동’ 판별법”

등록 2018-04-05 18:57수정 2018-04-05 20:16

[짬] 시민단체 ‘바보들꽃’ 양희창 고문

양희창 바보들꽃 고문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책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희창 바보들꽃 고문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책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안학교 선생님도, 정규학교 선생님도 이 책을 꼭 봐주셨으면 합니다.”

2002년 간디학교를 설립하는 등 우리 사회 대안교육 운동에 헌신해온 양희창 ‘바보들꽃’ 고문의 손엔 그가 말한 ‘이 책’이 들려 있었다. 제목은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바보들꽃 펴냄)다. 바보들꽃이 2011년부터 출간해온 ‘바보들꽃―인문교육 시리즈’의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다.

‘공부 잘해서 판검사가 돼야 한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라니….

하지만 양 고문은 “이 책은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소설읽기·이야기하기·만들기·그리기·연극 등을 하며 ‘올바른 가치와 삶’을 찾아가도록 구성돼 있다”며 “함께 질문하고 답해 가는 이 책이 무너져 가는 우리 사회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를 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양 고문이 <행복한…>과 인연을 맺은 것은 ‘바보들꽃’ 활동가들과 2014년 네팔을 방문하고부터다. 1989년 설립된 시민단체인 바보들꽃은 ‘노동하는 어린이의 희망’이 되기 위해 특히 어린이 노동자가 많은 네팔 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거기서 그는 학교 가는 대신 먹을 것을 위해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아이들, 채석장에서 돌을 깨야 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2015년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만나고 온 아이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한다. 그는 이후 ‘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책을 함께 만들자’는 바보들꽃 활동가들의 말에 100% 공감했다.

간디학교 설립 등 대안학교 운동
내년 아시아평화대학 설립 추진

6권 ‘행복한 노동자 될래요’로
바보들꽃 인문교육시리즈 완간
네팔 어린이 노동자 지원 사업 등
활동가들 현장 경험 토대로 집필

양 고문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안교육 사업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2014년 간디공동체 대표를 맡았고, 2016년 제주도에 ‘지구마을평화센터’(대표 고희범)를 만들었다. 또 내년 설립을 목표로 ‘아시아평화대학’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바쁜 활동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지를 잘 얘기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런 관심 속에 ‘노동으로 이루어진 세상’ ‘우리 모두 행복하게 하는 노동은 어떤 것일까?’ ‘정의를 세우는 노동’ 등 <행복한…>의 장들이 완성돼 갔다.

“각 장의 이야기들은 그냥 책상에서 쓰인 게 아닙니다. ‘바보들꽃’ 활동가들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눈물 밥을 나누었던 식탁에서, 하루 종일 자갈을 깨야 단돈 천원을 벌 수 있는 네팔 어린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 속에서, 한 줄씩 천천히 마음을 다해 쓴 것입니다.”

이 말처럼 책의 사례들은 대부분 바보들꽃 활동가들이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 가령 ‘정의를 세우는 노동’ 장에 나오는 ‘상황극 만들기―펨바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보자. 여기에 나오는 가정부로 팔려간 네팔 아이 펨바와 산재를 당한 방글라데시 청년노동자 알리 등의 사례도 모두 만났던 인물들 얘기다.

그는 선생님·부모님·아이들이 이런 내용들을 함께 보며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이 살아나갈 수 있는 단초”라고 말한다.

“산업화 시대 정보전달에 초점을 맞춘 기존 교육은 이미 가치를 거의 상실했습니다. 학교는 경제적 성장이나 개인 출세, 대학 진학을 위한 하급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양 고문은 “최고의 목표가 임노동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교육은 자기도 파괴하고 남도 파괴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집단적 우울감, 집단적 비참함을 크게 느끼는 것도 이런 교육의 한계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기존 교육을 받은 임노동자는 어쩌면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일은 기계가 대신 하고 인간의 경우 타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등 다른 인간을 돕는 노동이 부각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이 가치있는 노동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는 <행복한…>의 발간과 함께 지역사회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자연이 살아야 사람이 살지요> 등 전체 6권으로 기획된 ‘바보들꽃―인문교육 시리즈’도 완간됐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친구에게 책을 주었더니 ‘철학적 깊이가 만만치 않다’고 하더군요. 가장 고통받는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썼기 때문에, 사실 모두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내년에 아시아인들이 함께 모여 더불어 평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 갈 아시아평화대학이 문을 열면 대학 교재로도 쓸 계획”이라고 했다. 또 네팔어와 영어로 번역된 ‘바보들꽃―인문교육 시리즈’를 네팔 학교 500여곳을 비롯해 베트남, 몽골, 케냐 등의 학교에도 보내기 위해 함께할 후원자를 모으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행복한 노동자가 될래요>를 비롯한 ‘바보들꽃―인문교육 시리즈’가 세계 곳곳의 상처 입은 어린이들에게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가 희망의 싹을 틔워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02)337-1978.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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