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헌법질서를 문란케 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고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엄청난 부정축재를 한 것은 (…)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1996년 8월26일, 전두환 전 대통령 1심 선고)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탄핵 사태까지 벌어진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한 대통령에게 있다. (…) 다시는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2018년 4월6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6일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밝힌 선고 이유는 22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취지와 닮았다. 적용된 범죄는 달랐지만, 법원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한 책임을 모두 엄중히 물었다.
1995년 11월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된 데 이어, 그 다음달 2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두 전직 대통령은 검찰 수사 단계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심 재판 도중 사선변호인들이 총사임한 뒤 국선변호인이 지정되자 재판 출석도 거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인치 방침에 곧바로 법정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전·노 전 대통령은 12·12쿠데타를 주도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혐의 등이 인정돼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각각 무기징역(추징금 2205억원)과 징역 17년(추징금 2628억원)으로 감형됐고,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1997년 12월 특별사면됐지만, 추징금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 전 대통령은 1673억원을 체납한 채 납부를 거부하다 2013년 형법의 추징·몰수 시효를 연장하는 ‘전두환법’의 대상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15일 오전 1박2일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도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 횡령, 수십억원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돼 오는 9일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모습만 놓고 보면 이 전 대통령 쪽 반발의 강도가 가장 높다. 구치소 방문 조사에 응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 이후 지금껏 검찰의 방문 조사를 세차례나 거부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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