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단국대 등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3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총장직선제를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성신여대 11대 총장후보자 선거에 즈음하여.’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교정에는 이런 제목의 공고가 붙었다. 교수, 교직원, 학생, 동문 등 네 주체가 논의한 끝에 학교 구성원 전원이 투표로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성신학원 이사회도 직선제 결과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올 들어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연대체를 꾸리는 등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수년간 학내 분쟁을 겪은 성신여대가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를 만들어 낸 셈이다.
김호성 성신여대 총장은 총장직선제 도입에 주춧돌을 놓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 대학 총장으로 선임됐다. 그해 6월 심화진 전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다. 김 총장은 취임 당시 “임기 4년을 채울 생각이 없으며 직선제 등 민주적 총장 선출 방식 합의안을 마련하고 연구실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약속을 지키고 강단으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김 총장을 지난 6일 성신여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30년 넘게 성신여대에 몸담아 왔어요. 학교 구성원으로서 주인 의식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한 개인에 의해 학교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죠.” 성신학원 설립자인 고 이숙종 박사의 친인척이자 전임 이사장의 딸인 심화진 전 총장은 3차례 연임하며 10년 남짓 총장직을 유지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딸 부정입학 의혹, 교비 횡령 의혹 등 논란을 빚던 심 전 총장은 지난해 7월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심 전 총장이 재임하던 시절, 김 총장은 교수회 회장을 맡아 학교 정상화를 위해 싸웠다. 오랜 다툼으로 성신여대 구성원들 사이엔 ‘성신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총장은 이 민주화의 밑돌을 놓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한다.
김호성 성신여대 총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교내 총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교원·직원·학생·동창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 도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는 총장직선제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생각한다. “영웅적인 리더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총장을 뽑고 대학을 운영하는 데 교수부터 학생, 교직원, 동문까지 집단 지성을 모아야 합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대학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학내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도 손을 걷어붙였다. 학교 내부 감사위원회가 ‘캠퍼스 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 의혹’, ‘나경원 의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 등을 살펴봤다. 이달 안으로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성신여대는 이달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5월말 11대 총장 선거를 연다. 차기 총장후보자들이 성신여대가 직면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지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김 총장의 남은 목표다. “후보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여러 공약을 내걸 텐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화두를 던져 이야기를 끌어내고 구성원이 판단할 기회를 만들어야죠.” 김 총장은 차기 총장 선거를 치른 뒤 8개월여 짧은 임기를 마치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간다. 임기를 다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은 없다. “차기 총장은 운전석에 앉아서 성신의 미래를 향해 출발해야죠. 이를 위해 시동을 거는 것까지가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