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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순실에 의상 선정 부탁”… 박근혜 진술이 ‘박근혜 잡았다’

등록 2018-04-09 20:14수정 2018-04-10 18:16

법원 “관련 문건 유출 인식했을 것”
박근혜 “최순실 지원 지시 안했지만 지원 중단은 지시”
허술하고 모순된 진술, 안종범 수첩 등 증거에 막혀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2016년 10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관련 첫 대국민담화에서 이런 말로 정치적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취임 후에도 의견을 들었다”는 말은 곧 혐의 인정으로 받아들여졌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수사기관 진술이 유죄 인정의 증거로 활용된 부분이 곳곳에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로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없었던 재판부로서는 검찰 진술이 본인 입장을 확인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대통령 의상은 상대국을 상대로 색상 등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최씨에게 의상 선정을 부탁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관련 문건을 보내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라며 박 전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인식했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검찰에서 롯데의 케이(K)스포츠재단 70억 추가지원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과 면담에서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고, 지원 사실을 몰랐다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롯데의) 지원 중단을 건의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곧 시작에도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간접사실”이라고 밝혔다. ‘지원 지시’가 없었는데 ‘중단 지시’만 했다는 주장은 모순이라는 판단이다.

허술한 알리바이는 증거에 막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2016년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단독면담 뒤 안 전 수석을 통해 케이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사업 자료를 에스케이에 전달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면담 직후 안 전 수석 업무수첩에 ‘SK, 펜싱, Tennis, 탁구 → 독일 전지훈련’ ‘가이드러너 학교, 용역’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점을 근거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에스케이 쪽에 자료를 전달했다”는 안 전 수석 진술을 받아들였다.

‘최씨와 공모한 게 아니라 추천받은 것’ ‘최씨 아이디어를 들어보라고 한 것’ 등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도 자충수였다. 재판부는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최씨에게 속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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