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우자·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85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발표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을 분석한 결과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1.9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셈이다. 가해자의 범위를 가족과 친구 등 피해 여성의 주변인까지 넓히면 주기는 1.9일에서 1.5일로 짧아졌다.
살인 범죄 피해자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40대가 25%로 가장 높았고, 50대(20%), 20대(18%), 30대(17%)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데이트 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40~5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분석 결과,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다치거나 숨진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가해자의 범행동기를 살펴보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66명으로 가장 많았다.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43명),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서’(24명), ‘자신을 무시해서’(16명), ‘성관계를 거부해서’(3명) 등의 사유가 뒤를 따랐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보고서의 분석은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해 혼인 관계,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사이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통계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아내’, ‘부인’, ‘동거녀’ 등 피해자 연관 검색어와 ‘숨지게’, ‘목 졸라’, ‘살해’, ‘흉기’ 등 살해 수법 연관 검색어를 이용해 191건의 언론 보도를 분석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지난 9년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최소 824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최소 602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그럼에도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범죄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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