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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엑스파일로 삼성 협박’에 실형선고

등록 2005-12-01 14:54수정 2005-12-01 20:20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2005년 8월 4일 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 집행을 당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팀장이었던 공운영씨가 2005년 8월 4일 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 집행을 당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공운영씨 1년6월ㆍ박인회씨 1년2월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부장판사는 1일 안기부의 도청테이프로 삼성을 협박해 돈을 뜯으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기부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공범인 재미교포 박인회씨에게 징역 1년2개월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청 피해자의 사생활이 알려지고 국가의 공신력이 추락했으며, 이 사건 녹취록을 이용해 거액을 갈취하려한 시도는 국민의 알권리와 관계 없는 전혀 별개의 범죄행위”라며 “피고인·김용철·이학수 등의 증언을 보면, ‘공모’가 명확한데도 피고인들은 서로에게 죄를 전가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안기부 도청이 관행적으로 이뤄졌고, 이번 사건이 불법도청에 경종을 울린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씨의 도청 행위는 취득과정이 불법이지만, 국정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이뤄진 ‘직무상 취득한 비밀’인데다 공씨의 도청 업무도 외형상·실질상 국가정보기관의 직무에 해당을 받고 이뤄진 국정원 직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공씨쪽 변호인이 “공씨의 불법도청이 통비법을 위반하면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국정원직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도청내용을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도청으로 얻은 정보가 피해자 개인·기업의 사생활을 침해했고, 국민으로 하여금 정보기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 공신력을 추락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도청내용이 첩보나 통문에 불과해 사실확인 없이 공개될 경우 사회적으로 소모적 논쟁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므로 비밀로 유지할 중대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도청행위가 불법이라고 해서 도청의 결과물이 비밀로 보호될 가치가 없다는 피고인의 논리는 부당하다”며 “연예인에게 불법낙태 시술을 해 준 의사가 기자에게 이를 알려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공씨쪽 변호인의 주장대로라면,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를 부실하게 관리해 유출했을 땐 유죄를 받고, 이 사건처럼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유출했을 땐 무죄로 인정해야 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와 의사가 연예인의 불법낙태수술 사실을 기자에게 알린 것도 처벌할 수 없으며, 경찰관이 고문수사를 통해 피의자에게 기업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고 이를 누설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씨에 대해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테이프를 유출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충격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당시 안기부 도청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파행적으로 인사이동이 이뤄져 해고된 점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박씨 형량에 대해서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삼성과 접촉했고, 추가로 녹취록을 복사해 언론에 폭로, 사생활이 드러나게 했으며, 박지원 장관을 찾아가 제2의 범죄로 나아간 점을 볼 때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이 거래에 응하지 않아 공갈이 미수에 그쳤고,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사실이 폭로돼 유사 사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마련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공씨는 1994년 안기부 비밀도청 조직 미림의 팀장을 맡으면서 도청 내용을 담은 테이프 200여개와 녹취록을 밀반출해 보관하던 중 1999년 함께 직권면직된 임아무개(58)씨를 통해 알게 된 박씨에게 테이프를 주고 함께 삼성 쪽을 협박한 혐의(공갈미수, 국정원직원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공씨가 건넨 도청 테이프를 갖고 삼성그룹 고위층을 찾아가 금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방송사에 문제의 테이프와 녹취록을 넘긴 혐의(공갈미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박씨에게는 도청 녹취록 및 테이프·CD 등의 몰수형도 선고했으나, 200억원어치 공사수주를 요구한 혐의는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겨레> 사회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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