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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총선 전 ‘유승민 대항마’ 연설문까지 써줘”

등록 2018-04-19 14:16수정 2018-04-19 18:07

신동철 전 비서관 증인신문서 밝혀
“유 의원과 갈등으로 대항마 요청…
경쟁 후보 여론조사 반복적으로 실시
연설문 친전봉투로 현기환에게 보내
김무성 옥쇄파동으로 이뤄지지 않아
유승민 사무실 붙은 자기 사진 반납도 요구”
2015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5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청와대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국회의원(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출마를 막기 위해 ‘대항마’를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경쟁 후보로 내세우려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연설문까지 직접 썼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19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신 전 비서관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히 대구·경북에 관심을 많이 뒀고, 어떤 인물을 후보자로 추천할지 박 전 대통령에게 미리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며 “유승민 의원과 갈등으로 대구 동구을 지역에 끝까지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을 배제하기 위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우고,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구 지지율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신 전 비서관은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만 후보를 위해 연설문까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전화해 이재만 후보가 연설을 잘 못한다고 지적했고, 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채근해 힘들다고 토로했다”며 “(그해) 2~3월 사이 박 전 대통령이 이 후보가 사용할 연설문을 아예 친전봉투로 현 수석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 연설문을 받아든 현 수석이 “연설문을 꺼내 손에 들고 흔들며 “읽어보라, 할매가 직접 연설문을 보냈다”고 말했다”며 “연설문은 에이포(A4) 용지 3장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신 전 비서관은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성격이 급해 (현 수석에게) 열 몇번(씩) 전화했다”며 “현 수석이 ‘할매 또 전화 왔다’고 말하곤 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그는 “(‘할매’라는 표현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랑과 우애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계획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옥쇄파동’으로 좌절됐다. 신 전 비서관은 “(이재만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 되지 않자 단수 공천해 유승민을 배제하려 했다가 김 대표가 (공천 최종안을) 승인하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때 김 대표가 이곳을 포함해 6곳을 승인하지 않고 부산 영도구 지역구로 갔고, 마지막까지 세 곳은 끝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대구 동구을에 새누리당은 아무도 공천을 하지 못했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유 의원이 당선됐다.

이날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현 수석을 통해 유 의원 사무실에 붙은 자신의 사진을 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대구·경북 최고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며 “할수 없이 대구시당 사무처를 통해 ‘새누리당 재산이니 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이 “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거나 신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하자 신 전 비서관은 “얼마나 집요하게 (지시)했는지 제가 감당이 안됐다. 현 수석이 하루에 세번 정도 ‘어떻게 됐느냐’며 저를 들들 볶았다”고 답했다. 2016년 3월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한 뒤 당한 유승민·주호영·류성걸 의원 등에게 공문을 보내 “대통령 존영을 반납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사진 반납을 거부하다 신당 창당에 나선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뗐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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