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5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진공동취재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25일로 예정된 최순실씨 2심 재판의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23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증언 거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며 박 전 사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최 전 실장의 증인신문은 5월2일 예정돼있다.
박 전 사장의 문자는 1심에서 삼성이 최씨 쪽에 사준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한 근거가 됐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에서 마필 위탁관리계약서를 받은 최씨가 “‘이재용이 브이아피(VIP·대통령)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고 말하면서 박상진에게 독일로 당장 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받은 박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전무에게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것’, ‘결정하시는 대로 지원해드리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 등의 문자를 보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말 소유권 귀속을 비롯한 최순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라며 말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도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특히 박 전 사장은 삼성 뇌물 혐의 사건 관련자 중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와 특검 쪽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사장을 시작으로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전무)뿐 아니라 같은 날 재판에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 전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은 본인이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알려질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특검 쪽은 “증언 거부는 삼성그룹 차원의 결정이며 증언 거부는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라며 “사법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