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22일 오전, 경찰이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의 체포영장을 강제집행하겠다며 민주노총이 세들어 있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에서 출입문을 뜯어내고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3년 12월22일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서울 정동의 경향신문사 건물 주변을 경찰 69개 중대 5500여명이 둘러싼 뒤 현관 유리문을 깨고 진입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13명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1층부터 옥상까지 뒤졌지만 단 한명도 체포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 진입을 막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경찰의 사무실 수색은 헌법의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체포·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수색영장 없이 제3자의 주거지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216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의자가 해당 장소에 있을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헌법 16조가 정한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현행범이 수사기관 추격을 피해 다른 사람의 주거지 등에 들어간 상황이 확인되고, 수색영장을 발부 받는 동안 도주 우려 등이 있을 때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수사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가 체포영장 집행지역을 벗어났을 경우 주변 수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영장발부 업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체포영장 집행 때 수색은 부수적인 것이 돼야 한다. 무분별하게 수색까지 허용되면 체포영장을 갖고 어느 장소나 들어갈 수 있다는 취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면 당장 수사기관의 어려움이 있을 것을 고려해 2020년 3월31일까지 형소법 조항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국회는 이 기간 안에 새로 입법을 해야 한다.
한편 헌재는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16조가 명시적이지 못한 잘못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례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결정문에 담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등 정치권 개헌 논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한솔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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