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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특활비 상납’ 남재준에 징역 7년 구형

등록 2018-04-26 22:02수정 2018-04-27 11:10

‘청와대 특활비 상납’ 남재준 전 원장 7년 구형
“오랜 군대 야전 생활로 회계 지식 부족해
운전기사도 안 둬… 권력 남용과 거리가 먼 사람”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 각 5년, 7년 구형
왼쪽부터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
왼쪽부터 남재준 전 국정원장,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

“20대 월남전에 참전하며 보릿고개로 사람들이 죽는 가난한 나라를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만든 것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데 제 생명을 걸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피고인 석에서 일어선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재판부로 향해섰다. 까만색 양복에 셔츠를 갖춰입은 그는 쉰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 수수 사건’으로 검찰에 징역 7년을 구형 받은 뒤 이어진 최후진술이다.

이날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징역7년과 자격 정지 5년을 구형했다. 이병기 전 원장에 징역 5년을 구형하고 이병호 전 원장에게는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구형했다. 세 명의 전직 국정원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선처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남 전 원장은 지난 군 생활과 공직 생활을 되짚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40여년 군생활을 한 가운데 30년 가까이 야전에서 작전 위주로 근무했다. 예산 관련 지식에 한계가 있어서 특활비 문제가 제기됐을 때 추호도 위법성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또한 “생리적으로 권력 남용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공직 생활동안 한 번도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해본 적 없다. 다른 죄목도 아니고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은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병기 전 원장은 남 전 원장과 달리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구치소에서 쓰는 일기를 보니 오늘로 수감된 지 164일”이라며 운을 뗀 이 전 원장은 “제 행위가 실정법상 범죄가 되리라 생각 못했다. 대통령의 원할한 국정 수행을 지원해야 한다는 충심에서 지원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구치소 생활로 하나뿐인 자식의 결혼도 참석 못해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며 “한 평생을 공직에 몸담으며 국가에 기여했다 생각했는데 수의 입고 재판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 일 수 없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병호 전 원장은 “부임하자마자 전임 원장때부터 청와대의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인계받았다. 이미 행정적으로 정착된 상황에서 법적 문제점을 생각해 대통령에게 안 된다고 건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남 전 원장에 대해 “전권을 가진 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국정원 예산을 횡령하고 매월 대통령에 특활비를 상납했다”며 “국정원과 청와대의 유착으로 국정원은 대통령을 위한 사적 기관으로 전락해 국정농단을 방치·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서는 “혈세로 운영되는 국정원의 예산을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청와대에 상납하고 기재부 장관에 뇌물을 공여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주장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발언으로 좌시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은 세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국정원에서 1억 5천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5년 및 벌금 3억원, 1억5천만원의 추징을 구형했다.

세 명의 전 국정원장은 모두 36억5천만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매달 5천만원씩 6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 등을 받는다. 현대기아차그룹을 압박해 재향경우회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매달 1억원씩 모두 8억원을, 이병호 전 원장은 19억원을 박근혜 정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는 다음달 3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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