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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에도 한국 ‘촛불혁명’ 같은 시민의 힘 절실합니다”

등록 2018-04-30 19:13수정 2018-04-30 19:56

[짬] 일본 워킹푸어연구회 이사장 시라이시 다카시

일본의 시민운동가 시라이시 다카시(왼쪽)는 지난 23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오른쪽) 시장에게 자신의 책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일본의 시민운동가 시라이시 다카시(왼쪽)는 지난 23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오른쪽) 시장에게 자신의 책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일본의 시민운동가 시라이시 다카시(68)가 2016~2017년 한국의 대규모 촛불집회를 지켜본 것은 외신을 통해서였다.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정치 상황이 급변하는 시민혁명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일본 언론에서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가을과 겨울 사이 20번이나 열린 한국의 촛불집회를 일본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한국 상황이 궁금한 사람들은 미국 <시엔엔>(CNN)이나 영국 <비비시>(BBC) 같은 외국 방송을 찾아봐야 했다.”

그는 3월30일 <서울의 시민민주주의―일본의 정치를 바꾸기 위하여>를 펴냈다. 지난 23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책을 전달한 시라이시는 ‘한국의 촛불혁명을 일본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퇴진시킨 한국 대규모 집회
일본 언론 소극적 보도에 ‘외신으로’
“일본 시민사회에 알려야겠다 결심”

‘서울의 시민민주주의’ 책으로 펴내
수백만 평화집회·서울시 지원 ‘평가’
“아베 스캔들 등 부패 개혁 운동 필요”

“일본에 한반도 연구자는 많지만, 서울의 ‘촛불혁명’에 대해 책을 쓴 이는 아직 없다. 일본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서울의 시민민주주의가 갖는 의미를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인 워킹푸어연구회 이사장인 그는 2012년부터 서울 시정을 연구해왔다. 책에는 한국의 시민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서울시의 정책들을 소개했다.

시라이시는 우선 한국의 촛불집회 규모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과거 10년 동안 시민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집회에 10만명 모인 것이 최대다. 하지만 일본보다 인구가 적은 한국에선 촛불집회 한번에 100만명 이상이 모였다.”

그는 또 촛불집회가 부패한 정권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이면서도 사람이 다치지 않은 평화집회였던 점을 높이 샀다. “‘촛불혁명’ 때 20번 집회가 이뤄졌지만 한번도 사람이 다치는 충돌이 없었다. 집회에 모이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서 지원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는 이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도 매주 시민들이 모여 원전 반대 집회를 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을 바꿀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요즘 아베 정권이 ‘사학 특혜 스캔들’ 같은 부패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사회를 변화시킬 만큼의 시민참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시라이시는 촛불혁명만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시민의 의견이 복지·주거·노동 정책에 반영되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구의역 김군 사건’처럼 몇년 사이 서울에서 불의의 사건이 있었는데, 서울 시민들은 이를 애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 보완을 요구했다. 또 서울시에서 이를 받아들여 구의역 김군 사건 이후 외주를 줬던 일부 안전 관련 사업을 직영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는 ‘일본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없는가’란 질문에 “일본에서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해 자살하거나 아사한 사건이 있지만, 이를 시장이나 정치인이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여 시민에게 정책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시민들에게 호응이 높은 복지 정책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처럼, 일본 지방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 정책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일찍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 대안을 고민해온 일본의 지방정부에서는 도시 젊은이가 지역에 이주해 농사를 짓는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면 ‘1차 산업 취업우대 정책’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시라이시는 “구직난에 빠진 도시의 젊은이와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지방정부가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다. 많은 젊은이가 도시를 떠나서도 일자리를 구해 새 삶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별적으로 가치있는 일본 지방정부의 정책들이 사회 전체를 바꾸는 변화로까지 번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최근 아베 총리를 비롯 일본 관료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지만, 한국처럼 의미있는 시민·사회의 운동으로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라이시는 “일본 사회도 전반적인 개혁을 위해 한국의 촛불혁명과 같은 시민 민주주의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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