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들의 업무 모습. 소방청 제공 자료 사진
구급대원이 취객 등에게 공격받을 때, 전기충격기나 가스총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급대원을 폭행하면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구급대원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소지하고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처는 최근 전북 익산의 한 구급대원이 구조하려던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뇌출혈로 숨진 사건을 싸고 논란이 커지자 구급대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급대원도 경찰처럼 전기충격기나 가스총 등을 갖고 있다가 술 취한 이들이 공격해 올 때,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방청은 이를 위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119구조구급에관한법률(119법)에 구급대원 폭행 상황 때 호신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처벌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특가법에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했을 때 상해는 3년 이상 유기징역, 사망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점을 들어,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처벌 수위도 이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면 형법과 소방기본법, 119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히는 ‘3인 이상 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급대원에 대한 인력부족을 해결하기보다는 취객 제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에 ‘과잉대응’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구급차 3인 이상 탑승률은 전국 41.6%에 불과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구급대원에게 호신용구를 지급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취객이 스스로 조심하는 예방적 효과는 일부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사람을 구하고 구급 행위를 하는 구급대원이 실제로 호신용구를 취객 등에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과잉 방어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다. 구급대원 인력을 확대해 구급차에 구급대원이 3인 이상 탑승해 위급 상황에 동료 대원들과 함께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을 줄여주는 ‘주취감형’ 제도를 폐지하는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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