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수원대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 등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경기도 화성 수원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7일 교육부가 확인한 ‘사학비리 제보자 유출 사건’은 일부 교육 공무원들이 비리사학과 결탁한 뒤 ‘은밀한 내부정보’를 거래한 이른바 ‘교피아’의 전형적 행태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비리 제보자의 보호 범위를 사립대학 문제로 확대한 부패방지법 개정 이후 첫 ‘사학 제보자 유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교육부 등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비리 사학이 학내 제보자를 손쉽게 색출해 ‘보복성 징계’를 해온 것은 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수원대 장아무개 교수 등 6명이 지난 2013년 학교 비리 문제를 제기했다가 신분이 드러나면서 파면·해임 등 중징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학 뿐 아니라 지난 2012년 동구마케팅고교를 운영하는 동구학원의 비위를 교육부에 제보했던 안아무개 교사처럼 내부 고발 뒤 곧바로 ‘배신자’로 낙인찍혀 두차례 파면과 직위해제 등 혹독한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교육부 이아무개 서기관은 충청권 한 대학 총장 비위를 교육부 누리집에 제보한 인물의 신원과 교육부 대처 방침까지 빼낸 뒤, 해당 대학 쪽 교수의 휴대전화를 통해 건넸다. 이번 제보자 역시 대학 쪽의 ‘보복성 징계’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교육단체들은 일부 교육 관료들의 ‘정보 뒷거래’ 배경에 불법의 위험을 무릅쓸 만한 ‘보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익제보자 지원 시민단체인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공무원이 사학에 혜택을 주고 퇴직 이후 사학에 재취업하는 등 ‘검은 커넥션’을 차단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퇴직 관료들이 사학에 재취업해 ‘지원금 로비 창구’ 구실을 하는 것은 그나마 감시가 가능하지만, 이 서기관처럼 ‘정보 뒷거래’를 하는 경우는 추적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회가 지난 2014년 이른바 ‘교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퇴직 관료들이 대학 교원 등으로 취업이 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질적인 ‘교피아’ 척결을 위해 퇴직관료 취업 제한 대상에 대학 교원을 포함시키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관료 취업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와 제 3자 정보유출 금지를 포함한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공익 제보자 보호 대상으로 ‘사학의 횡령·금품수수·성적 조작 등 제보자’를 포함시킨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익명, 실명을 따지지 말고 ‘공익 제보자’의 불이익을 원천차단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학비리 제보자 유출’ 건에 대한 징계 처분 과정에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지난해 부패방지법 개정에 따라 사학비리 내부 제보자를 법으로 보호하게 됐는데, 이 서기관이 법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무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법 개정 뒤, 첫 적용 사례인 만큼 교육부의 이후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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