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을 통해 “향후 남북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감염이 서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에 대해선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제공
“향후 남북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서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에 대해선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휴전선 부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현재 당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협력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2012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선 말라리아를 막기 위해 남북이 함께 방역을 해왔다. 경기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21억원을 들여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지원해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남북 공동방역을 했다. 특히 올해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 모기’가 예년과 달리 5주 정도 빨리 출현해 조기 공동방역이 필요하다고 경기도는 보고 있다. 예년에는 보통 7월초~8월 중·하순에 극성을 부리는 말라리아 모기가 올해는 한 달 정도 빠른 6~7월초부터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장관은 또 “모자보건 사업(모성과 영유아의 사망 및 장애를 방지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보건 대책 중 하나로, 북에서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 대북 지원 및 남북 협력을 위해 내부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지금의 북쪽 의료상황과 필요로 하는 의료지원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이날 복지부는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이나 그룹홈 등 마을에 살면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돌볼 사람이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이나,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로 돌아갔을 때, 정기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인력이나 소규모 시설이 필요하다”며 정책 추진 취지를 밝혔다. 복지부는 전문가 논의 및 시민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8월 ‘커뮤니티 케어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독거노인이나 정신·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적용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함께 협력하는 ‘한국형 원헬스’ 체계도 마련한다. 원헬스란, 사람·동물·환경 등 생태계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건강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위해 사건이 발생한 뒤에서야 부처간 협력이 이루어져왔지만, 각 부처 실무진들이 평소 국민 건강위협 요인에 대한 정보와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빨리 발견해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에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나왔을 때 상당히 당황했다. 지하수는 환경부, 그 물이 샤워기로 흘러나오거나 음식으로 들어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그 물로 인해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하다보니 대응이 늦더라.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사전에 여러 부처가 협의를 하면 문제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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