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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규직 전환’ 큰 걸음…‘노사정 고통분담’은 여전히 과제

등록 2018-05-10 21:40수정 2018-05-10 22:21

문 대통령 취임 1년

간접고용·무기계약 방식은 한계
산업 구조조정 따른 큰그림 필요
‘문재인 케어’ 비싼 치료비 줄였지만
돌봄 인프라 확충 지지부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문재인 정부 1년의 노동·복지정책에 대해 여러 전문가는 “과거 정권에 견줘 ‘진일보’했다”고 짚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반영된, 전방위적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아직 개혁의 내용이 추상적인 만큼 좀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비전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년의 노동정책에 대해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민주노총이 연 토론회에서 “과거 노동계의 요구들을 반영해 변화를 도모하려는 노력들이 긍정적”이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사회적 대화 복원 등 과거 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한 전방위적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대표적으로 잘한 정책”이라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 여기서 발표한 노동정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방식 때문이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과거 정부와 다르게 임기 첫해부터 주요 정책으로 추진중이고 전환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절반이 넘는 24만명이 대상에서 제외된 부분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는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나 무기계약 채용 등 전환방식의 문제와 함께 공공기관 특성이나 재정 여건, 내부 반발 등을 이유로 애초 취지에서 후퇴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정작 구조조정 등 노동시장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외려 노동조합을 배제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조선업계와 한국지엠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 문제를 들어 “산업은행장이 한국지엠의 노사 간 합의를 압박하고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노사 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 때 ‘희망퇴직은 또다른 정리해고 꼼수’라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로 현장을 맴돌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 등 전통 산업의 경쟁력 상실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과 고용 위기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노동정책에 관한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한 뒤 노사정의 고통분담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8일 고려대 노동대학원이 연 학술 심포지엄에서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산업의 몰락과 일자리 소멸의 시작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노동 체제 위기에 대한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대응 방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노광표 소장도 “10.2%의 낮은 노조 조직률, 기업별 체제에 따른 노동시장 양극화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영역에선 만 5살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이나,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인상 등이 긍정적 정책으로 꼽혔다. 다만 취약층을 위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국공립 요양·보육시설 등 ‘돌봄 인프라’를 크게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 지지부진한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건 ‘포용적 복지국가’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가 조언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여러 복지 정책·제도를 종합해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그에 따른 재정 지출과 사회부담료는 어느 정도인지 등 손에 잡히는 비전을 집권 초반에 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도 “장기적으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퇴직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 각 제도의 구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건의료 분야 대표 정책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곧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선 대체로 긍정 평가가 많았다. 비싼 ‘비급여 치료'를 줄인 덕이다. 다만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없게 된데다 수입이 준다며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원만한 추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나 줄기세포 신기술 연구 등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의료 민영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기용 박현정 김양중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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