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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탄압’ 대공분실 없애랬더니…대규모 통합청사 짓는 경찰

등록 2018-05-14 05:03수정 2018-05-14 11:01

경찰, 서촌 한복판에 1900평의 보안수사대 착공
보안 업무·인력 모두 줄어드는데, 청사만 키워
시민·주민 단체 “보안업무는 경찰청 본관으로”
경찰개획위 “공사 중단하고 시민 친화 시설로”
서울경찰청 통합 보안수사대가 착공된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 김경호 선임기자
서울경찰청 통합 보안수사대가 착공된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 김경호 선임기자
경찰이 과거 민주화 운동가를 고문했던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보안분실) 자리에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의 대규모 통합청사를 신축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옥인동을 비롯해 대신동, 장안동, 신정동 등 서울의 4곳에 흩어져 있던 대공분실을 한데 모은 통합청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반대 운동에 나섰고,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는 공사 중단을 경찰에 권고할 방침이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옥인동 대공분실의 옛 건물을 허물고 보안수사대 통합청사를 짓는 공사를 지난 3일 시작했다. 서울청 보안부 관계자는 “2020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 발굴 작업 등으로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통합청사 건설을 추진해왔다. 서울의 대공분실 4곳을 대지 2952.8㎡(893평)인 옥인동 대공분실 자리에 모아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 면적 6350.4㎡(1920평)로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201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건축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주민 반대, 촛불 시위, 정권 교체 등으로 미뤄오다, 지난 3월 공사 발주업체를 선정하는 등 사업을 재개했다.

통합청사 신축은 서울시가 공사를 승인해준 2016년부터 논란이 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간첩 사건 수사 등 경찰의 보안 업무가 강화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대공분실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을 체포해 감금·고문해온 폭압 정치의 대명사였다.

심지어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2008년 경기청 보안수사대의 ‘원정화 간첩사건’, 2012년 서울청 보안수사대의 ‘지피에스(GPS) 간첩사건’, 2014년 경북청의 ‘김련희 사건’ 등 무리한 ‘간첩 수사’로 비판을 받아왔다. 김희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경찰이 보안 범죄 혐의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도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잠재적 보안 범죄자로 보고 동향 정보를 수집해 인권 침해와 정치 탄압이란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경찰의 보안수사 실적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경찰 통계를 보면, 경찰 보안부서가 검거한 ‘국가안보 위해 사범’은 2011년 151명에서 2017년 45명으로 7년 만에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최근 주목받는 사이버안보사범 검거 인원도 2010년 82명에서 2016년 34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서울청 관계자도 “지난해보다 보안경찰 정원이 20% 감축됐다”고 말했다. 보안경찰 정원이 줄어든다면 대규모 통합청사를 신축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보안업무 기능이 시대 변화에 따라 축소되고 있고, 더 축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분실을 모아 대규모 보안수사대를 짓는 것은 현재 시민들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대공분실을 통해 ‘비밀 수사와 고문’이라는 악습을 되풀이해온 경찰이 민주화 시대에도 보안업무 공간을 주택가에 ‘별관’의 형태로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인혜 청운효자동 마을사업단장은 “대공분실이 필요하다면 서울경찰청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왜 굳이 주택가이며, 시민들의 방문도 많은 서촌 한복판에 만들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도 통합청사 신축을 철회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할 예정이다. 경찰개혁위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 옥인동 통합청사 신축 중단과 서울을 포함해 전국 43곳의 보안수사대에서 운영 중인 대공분실 27곳을 폐지할 것을 ‘보안경찰 개혁 권고안’에 담아 경찰청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안수사대 통합청사를 만들 예산으로 시민 친화적 시설을 설립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 공사를 멈출 수는 없으나, 완공된 뒤에 해당 건물을 보안수사대가 아닌 다른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지는 판단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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