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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검 반부패부장 ‘기소해도, 불기소해도’ 난감…문무일 딜레마

등록 2018-05-17 13:37수정 2018-05-17 21:08

강원랜드 채용비리 외압 의혹 김우현 검사장
내일 전문자문단 기소 여부 결론 앞두고 곤혹
“총장이 직접 해명해야 할 문제들 여전히 남아”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과 갈등을 빚었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당분간 지금의 곤혹스러운 처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문자문단’의 판단이 18일 나올 예정이지만, 이후에도 문 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줄줄이 남은 탓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자문단이 문 총장의 의견대로 불기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7명의 위원 중 5명을 대검이 추천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라 문 총장으로서는 부담을 다 털어버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지역 한 부장검사는 “총장이 불기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총장이 추천한 전문자문단이 그 뜻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며 “수사단이나 안미현 검사가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대검 쪽은 김 반부패부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려면 ‘수사를 멈추도록 개입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김 부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소환을 대검에 미리 알리는 등 절차를 준수하라’는 취지의 정당한 지휘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지휘가 직권남용이 된다면, 전국 일선 검사장과 부장검사들은 매일 직권남용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했다. 앞서 문 총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나흘 전인 지난 11일 만나 전문자문단 구성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전문자문단의 결론 여부를 떠나 지난달 25일 수사단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한 추가 설명도 필요해 보인다. 애초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했다면 왜 한 것인지, 자신이 설치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왜 거부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남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검은 “수사심의위는 법리 검토가 끝난 뒤 기소나 영장의 가부를 묻는 절차다. 직권남용이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수사심의위부터 열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수사지휘 논란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수사단이 먼저 검찰총장에게 기소 방침을 보고하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총장이 이 사안을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보고 내용에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앞서 대검은 문 총장이 애초 공언과 달리 수사단에 수사지휘를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자 “수사단 요청으로 법리적인 쟁점에 대해 판단한 것일 뿐 수사지휘를 했느냐 안 했느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은 “검찰권 관리 감독이 총장의 직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 총장은 “검찰권 관리 감독이 총장의 직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총장이 수사지휘를 했다고 하고 책임을 지시면 될 일이라고 본다. 최고 전문가들인 참모들이나 검사들에게 판단을 맡겨도 될 일을 왜 교수나 변호사 같은 사람들에게 맡기는지 이 상황이 참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지역 한 검사도 “예전 같으면 총장이 책임지고 했을 일들을 남의 손에 맡기고 있는 점에 대한 내부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애초 대검 간부와 고·지검장으로 전문자문단을 꾸리려고 했지만 수사단에서 직권남용을 판단하는데 ‘현역 검사장들은 빼야 한다’고 해서 외부에 맡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총장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수직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수사까지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수평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앞으로도 유사한 논란은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외부 위원회 결정을 따르더라도 최종 책임은 검찰총장이 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검의 이런 해명에도 전문자문단이 김우현 반부패부장의 기소를 결정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김 반부패부장은 지난해 12월 권성동 의원의 전화를 받고 대검 연구관에게 권 의원 보좌관에 대한 춘천지검 소환을 못 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경우 김 반부패부장이 문 총장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문 총장의 해명이 필요하게 된다. 자신의 참모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정도의 일에 문 총장이 관여했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원장 관련 사안을 반부패부장이 총장과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는 건 대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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