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이상 기업에서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6만7000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7일 오후 2시 서울시 저동 인권교육센터에서 ‘남녀 임금 격차 실태와 정책 토론회’를 열고 100인 이상 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가 33.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여성연구원은 기업 인력의 양적·질적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2005년부터 2년마다 조사해온 총 6차례의 ‘인적자본기업패널조사’(패널조사) 결과를 분석해 남녀 임금 격차를 분석했다. 이와 별도로 100인 이상 제조 및 전문과학기술 업체에 근무하는 정규직 남녀 402명과 인사담당자 112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패널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같은 직급에서도 남녀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연구원 분석 결과 사원급의 남녀 임금 격차는 24.4%였다. 주임 및 대리급에서는 이 격차가 6.1%로 줄기 시작하며 과장급에서는 가장 작은 2.6%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차장급에서는 5.8%, 부장급에서는 9.7%로 다시 임금 차이가 벌어진다.
직급별 임금 격차가 전체 임금 격차인 33.3%보다 낮은 것은 전체 노동자 중 임금이 높은 고위직 상당수가 남성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여성연구원이 인사담당자, 남녀 노동자 등 총 514명을 상대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승진 역시 여성이 늦었다. 사원에서 대리 진급과 대리에서 과장 진급 기간을 비교하면 여성이 각각 1.1년 1.2년 더 걸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승진에 남녀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인사담당자 60.7%, 여성 노동자 65%, 남성 노동자 4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대부분의 응답 대상자는 이런 차이의 원인을 ‘남성 중심적 회사 관행이나 조직 문화’로 꼽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이날 토론문에서 “여성노동정책의 방향은 이제 분명하게 ‘성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며 “여성의 노동을 ‘반찬값 벌기’로 평가절하하고 저임금을 합리화하는 철 지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연 인권위 여성인권팀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수적이다”라며 ‘남녀 임금 격차 공개 제도화’ ‘고용노동부 전담부서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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