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지닌 사람은 양날의 칼을 지닌 것과 같습니다. 권력을 휘두를 때 칼의 한쪽은 상대방을 향하지만 다른 한쪽은 자신을 향합니다. 정당한 목적과 절차로 공익을 위해 권리를 행사할 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향하던 다른 쪽의 칼날은 자신을 향하게 되고 결국 자신을 베게 됩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의 심리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항소심이 열린 가운데, 오영준 재판장이 피고인석을 향해 꾸짖듯 말했다. 차씨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해 항소 기각 사유를 설명하면서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차씨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녹색 수의를 입고 나란히 선 송씨도 두 손을 포갠 채 고개를 떨궜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 6부(재판장 오영준)는 차은택(49)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60)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1심과 같은 실형을 선고했다. 광고회사의 지분을 강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씨에겐 징역 3년을, 송 전 원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 추징금 4천7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김홍탁 모스코스 대표에게는 1심과 같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서볼 때 높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피고인의 언행은 실질적으로 칼은 들지 않았지만 뒤에 칼을 든 것 같은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창의력이 발휘되는 광고업계의 활동과 달리, 고위직에 올라 일정한 권한·지위를 가지면 처신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피고인의 억울함은 이런 차이점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차씨와 송씨의 잘못을 지적하며 ‘지기추상 대인춘풍’이라는 어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어구는 ‘자신을 대할 때 가을서리처럼 엄하게,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차씨와 송씨는 “부당한 의도, 부당하게 사익을 취할 의도가 없었다”며 “피해자가 압박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이런 행동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 위법성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지난해 11월 1심은 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송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 4천700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김홍탁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차씨는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케이티 황창규 회장을 압박해 자신의 지인 이동수씨를 채용하게 하고 보직 변경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케이티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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