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2015년 11월23일 서울 저동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LH)로부터 택지를 특혜 분양받은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형규 전 회장 등 전직 간부 3명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앞서 택지 분양을 받게 해 주는 대가로 ㅅ건설로부터 4억3천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된 이 세 사람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27억여원을 추가로 수수한 혐의를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순이익만 수백억 원짜리 이권 사업을 매개로 ㅅ건설과 고엽제전우회가 십수년간 뒷돈으로 ‘검은 공생’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황병주)는 18일 ㅅ건설로부터 21억여원을 추가로 받아 챙긴 이 전 회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4억원과 2억9천만원을 각각 추가 수수한 김복수 전 사업본부장과 김성욱 전 사무총장도 함께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이 세 사람이 받아 챙긴 뒷돈의 총액은 33억2천만원으로 불어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회장 등은 2013년 엘에이치로부터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아파트 터 1만2700평을 분양받는 과정에서 함아무개(구속기소)씨와 짜고 함씨가 대표로 있는 ㅅ건설을 실체가 없는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엘에이치 쪽이 이들의 ‘특혜성 분양’ 요구에 난색을 보이자 이 전 회장 등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을 동원해 엘에이치의 관련 사업본부장 사무실을 장기간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또 인분을 사무실에 뿌리고, 옷을 전부 벗고 칼을 들고 위협하는 등의 방식으로 난동을 부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담당 직원의 집 앞에 찾아가 “자녀를 학교로 등하교시켜 주겠다”고 가족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해, 이에 겁을 먹은 해당 직원은 실제로 이들을 피해 이사를 했다고 한다. 또 당시 엘에이치 사장에게는 “선친의 묘소를 파헤치겠다”고까지 협박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고엽제전우회를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보훈처는 되레 당시 엘에이치에 “고엽제전우회 사업을 지원해달라”며 당시 박승춘(71)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조사됐다. 고엽제전우회의 이런 막무가내식 협박에 ㅅ건설은 위례신도시 아파트 터를 1836억원에 분양받아 230억여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 등 전직 간부들과 ㅅ건설은 오산세교 지구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아파트 터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ㅅ건설은 2015년 6월 엘에이치와 수의계약을 통해 경기도 오산시 오산세교지구 아파트 터 1만8405평을 866억여원에 분양받았다. ㅅ건설은 당시에도 자신들을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이라고 소개했고, 엘에이치와 사업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고엽제전우회 간부들이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