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박형서 목사
“‘한고운’을 통해 북한 동포들을 비롯해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을 하나로 잇고 있습니다.” ‘한고운’은 박형서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의 줄임말이다.
“30여년간 선교 활동을 위해 지구를 일곱바퀴쯤 돌아다니며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를 발견했어요. 그들의 동질성을 찾아서 한민족 공동체로 회복시키라는 소명을 깨달았지요. 그 최대의 걸림돌인 분단의 휴전선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지막 땅끝, 북한으로 갔어요.”
캐나다 시민권자인 그는 지난 2010년 북한을 처음 방문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포들을 보면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법을 고민한 끝에 ‘통일 고구마’를 찾아냈다.
‘100년 기독교집안’ 첫 해외 선교사
1980년대 중동 거쳐 91년 러시아로
“한민족 공동체 하나로 잇는 게 소명” 2010년 북한 방문 ‘굶주림 해법’ 고민
2013년부터 ‘신품종 고구마 5종’ 보급
“옥수수 50배 수확량…장기저장 과제”
“19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 선교에 뜻을 두고 모스크바에서 활동을 한 까닭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실상은 훨씬 더 열악했어요. 일시적으로 곡물이나 물품을 가져다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했어요. 일단 평양, 평안도, 황해도 등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의 흙을 퍼 들고 돌아왔어요.”
그는 한국의 농촌진흥청에 의뢰해 북한의 토질에 맞는 구황식품을 추천받기로 했다. “남쪽과 같은 황토질이지만 산성화가 너무 심한 상태였어요. 그렇다고 토질을 개선시킬 부식토나 비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기도 어려운 사정이잖아요? 그래서 기존의 옥수수나 감자조차도 재배가 어렵게 된 거죠. 그런 악조건에도 재배가 가능한 작물로 추천해준 게 바로 고구마였어요. 고구마는 지력을 뺏지 않을뿐더러 줄기와 이파리까지 먹을 수 있고, 가축 사료나 자연 퇴비로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으니까요.”
그는 1년 동안 전국의 고구마 농가를 찾아다니며 직접 비닐덮개 공법 등 재배 기술을 배웠다. “한국에는 무려 270가지 신품종이 개발돼 있어요. 그중에 밤고구마, 자색고구마, 칠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로 유명한 달수 등 5가지를 골랐어요.” 2014년 그가 ‘한고운’을 설립한 계기도 ‘고구마 종자’를 마련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2014~15년 시험재배가 성공적이었어요. 수천톤 씩 생산되어 최고 우량 작물로 북한 최고위원회에가지 보고 됐다고 해요. 북한의 토종 고구마는 크기도 작고 맛도 심심한 데 비해 남한의 신품종은 단맛이 훨씬 높았어요. 북한 주민들은 ‘혓바닥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들 표현했어요. 무엇보다 수확량이 옥수수보다 30~50배나 많으니 놀랄밖에요.”
그의 ‘통일 달수 고구마’가 9개 도에 걸쳐 20여개 지역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에 성공하면서 2016년엔 북조선과학기술협의회와 공식 협약도 맺었다. 전체 204개 군 지역마다 고구마 농장을 보급할 계획이다. “수확량이 많아지니 보관 방법이 필요하게 됐어요. 당장 추운 겨울에 얼지 않을 곳을 찾다가 땅굴 활용 아이디어를 냈지요. 그런데 군사시설이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진 거예요.”
이제 그는 평양과 사리원 인근 연탄군, 평안남도 평산시 등에서 땅굴 앞에 3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도록 고구마 가공 공장을 짓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고구마 당면을 몰라요. 그동안 수집한 100여가지 가공품 아이디어를 들고 조만간 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가 일찍이 해외 선교를 소명으로 삼게 된 배경에는 남다른 가족사가 있다. “1956년 서울 뚝섬에서 났어요. 1880년대 고조할머니께서 박해 사건으로 순교하신 이래 저까지 5대째, 이제 제 손주들까지 7대째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죠. 서울신학대를 나와 84년 중동건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게 됐을 때 100년 만에 선교사를 배출했다고 온 가족이 감격스러워했어요.”
삼성종합건설 안전담당 직원으로 위장해 선교 활동을 하던 그는 86년 발각돼 무작정 서울행 비행기에 태워진 뒤 부인이 있는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정착했다. “토론토의 한 신도 집에서 심방하는 중에 수만명 주검이 널린 골짜기에서 죽은 이들이 부활, 다시 살아나는 환상을 비몽사몽 보면서 ‘땅끝까지 가서 열방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어요. 91년 러시아 선교를 자원한 계기죠.”
박 목사의 ‘통일 고구마 성공담’이 퍼져 나가면서 북한만이 아니라 베트남을 비롯 동남아, 북미,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로 고구마 파종지가 늘어가고 있다. 한고운 지회도 국내외 40여곳에 생겨 후원회원을 모으고 있다. 남쪽에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구미, 무안, 태안, 제주, 영월, 충주 등 20여곳에 지회가 있다.
한고운은 오는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김병기 의원실 주최로 후원기금 마련을 위한 ‘통일환영음악회’를 연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합창단(지휘 박종원 교수)이 특별출연하고, 통일부·한겨레신문사·국민일보·기독교방송티브이 등에서 후원한다.
“통일의 그날까지 우리 동포들이 살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박 목사가 가는 곳마다 남기는 간절한 한마디다. 010-3737-5930.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본부 박형서 목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980년대 중동 거쳐 91년 러시아로
“한민족 공동체 하나로 잇는 게 소명” 2010년 북한 방문 ‘굶주림 해법’ 고민
2013년부터 ‘신품종 고구마 5종’ 보급
“옥수수 50배 수확량…장기저장 과제”
박형서 목사가 지난 2015년 6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연탄군에 있는 한민족고구마나눔운동 농장에서 ‘통일 달수 고구마’ 재배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 한고운 제공
‘통일환영음악회’ 공연장인 국회의원회관 대강당 입장 때 신분증이 필요하다.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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