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과 노인의 경제 활동 참가율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상을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은 교통사고 피해자 한아무개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 1심보다 280여만원을 더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가동연한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인정되는 마지막 나이를 뜻하는데,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을 계산하는 데 기준이 된다.
지난 2010년 3월 부모님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던 한씨는 안전지대를 침범해 불법 유턴하다 안전지대를 침범해 운행하던 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한씨는 비장이 파열되고 늑골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커피점을 운영하던 한씨는 해당 버스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3억8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씨의 과실이 더 크다고 본 1심 재판부는 버스 기사의 과실을 45%로 제한하고 “판단버스 기사가 속한 전국버스운동사업조합연합회가 2천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배상액은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판단했던 1990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산정됐다. 한씨는 “가동연한을 65세로 해 그때까지의 수입을 손해배상액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평균수명의 변화 △경제활동 인구 구성비율 △평균 은퇴연령 등을 고려했다. 2010년의 평균 수명은 남자 77.2세, 여자 84세에 이르는 등 평균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며 경제활동 인구 구성비율을 따져봐도 지난해 기준 60~64세 경제활동 참가율이 62.5%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은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참작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1990년 전후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며 “60세 가동연한에 관한 과거 법원의 입장은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고 공사현장에서도 60대 이상의 인부 등을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기초연금의 수급연령을 65세로 정한 것도 그 나이 이전까지는 본인의 노동력으로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영양 상태와 의료기술의발전에 의해 단순히 60세가 넘은 것만으로는 노인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지하철요금 면제 혜택도 모두 65세부터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바탕으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한 판결은 잇따르고 있다. 2016년 수원지방법원 민사5부는(재판장 이종광)은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김아무개씨가 손해보험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보험 회사는 김씨에게 1심보다 694여만원을 더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연령별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 각종 연금의 수령 시기를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전체 인구의 평균 수명과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 및 고용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노인에 대한 생계보장 지원 제도도 지원 시기를 점차 늦추고 있다”며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상정하는 추세와 가동연한에 관한 판례가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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