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열리기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사형선고다. 국회 해산을 촉구한다.”(한국노총)
“절차적·실체적 측면에서 정당성을 결여한 최악의 개악이다.”(민주노총)
정의당을 뺀 여야가 25일 새벽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표결로 처리하며 산입범위를 넓히기로 합의하자, 노동계는 곧바로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산입범위 확대에 항의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전원 사퇴를 발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오는 28일 두 시간짜리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노정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문제의 여야 합의는 올해 월 최저임금 157만여원을 기준으로 25%(올해 기준 약 39만원)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7%(11만원)가 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복리후생비란 주로 식대와 숙박비, 교통비 등을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연소득 2400여만원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 곧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여야의 주장이다.
노동계의 판단은 다르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에 낸 성명에서 “국회가 (산입범위 확대로) 고임금 노동자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주장을 들으면, 예컨대 올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시급 7530원×209시간=157만원)에 식대 11만원과 교통비 10만원 등을 더해 월 178만원(연 2136만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이번 산입범위 확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월 10만원 넘게 올라도 그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됐다. 복리후생비 가운데 7%를 초과하는 10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여야가) 연소득 2500만원 안팎의 저임금 노동자는 산입범위가 확대되지 않는다고주장하나,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특히 상여금 없이 복리후생비만 받는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액의 7%만 산입범위 그 이상은 무조건 해당됨으로서 연봉 2000만원 수준이어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양대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오면서, 노정 관계는 당분간 갈등 국면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공 들여온 사회적 대화의 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22일 여야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한국노총도 여야 합의 직후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17일 출범한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위원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은 이성경 사무총장, 정문주 정책본부장, 김현중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위원장, 김만재 금속노조연맹위원장 등 4명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오후 3시부터 두 시간짜리 전국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관한 합의로 여야 정치권 스스로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일부 재벌과 자본의 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만약 산입범위 확대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문재인 정부와도 전면전에 벌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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