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독립운동가 묘역 현장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효창공원(옛 효창원)을 국가 차원의 민족·독립 공원으로 격상하자는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백범 김구 등 임시정부 지도자들이 묻힌 효창공원을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마련된 윤봉길 의사 묘역. 묘역에는 잔디를 찾아보기 힘들고,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봉분 곳곳이 움푹 파여있다/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용산구가 근린공원으로 관리
국가 차원 예우 찾을 수 없어 백범 묘 30m 위쪽에 반공탑
원효대사 동상도 뜬금없어 “내년 임시정부 100년 앞둔 지금
독립운동 정신 바로세울 적기” 일본군 장교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효창공원을 훼손한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백범 묘역에서 북쪽 30m 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북한 반공투사 위령탑’이 대표적이다. 1969년에 세워진 위령탑 한쪽에는 탑 건립을 위해 찬조한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그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972년에 지은 대한노인회 중앙회 건물과 신광학원 도서관(현 대한노인회 서울시 연합회), 대한노인회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만든 ‘육영수 여사 경로 송덕비’도 그대로 남아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세운 애국선열 조상 건립위원회가 1969년 들여놓은 10m 높이의 원효대사 동상도 뜬금없는 모습으로 효창공원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원효대사 동산 건립은 일제 때 이 지역 이름인 ‘원정’(元町)과 ‘효창원’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원효로’라는 엉터리 이름에서 비롯한 일이다. 원효로는 일제의 잔재나 다름없는 이름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김용삼 운영위원은 “이승만, 박정희 정부가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 묘역을 훼손하기 위해 효창운동장과 반공투사 위령탑, 노인회, 육영수 송덕비, 원효대사 동상 등을 마구 세웠다”며 “사실상 독립운동가들을 조롱하는 이런 시설물부터 철거하는 일이 성역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역사가 외면해 온 독립운동가들의 위상을 하루빨리 재정립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곤 안동대 교수(사학·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장)는 “효창원을 보면,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려고 한 독립운동가들의 노력들이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어떤 방식으로 훼손돼 왔는지 잘 알 수 있다”며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그들이 추구한 독립 정신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효창원을 속히 국가 차원의 독립운동가 추모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다. 차영조씨도 “효창원이 지금과 같은 공원이 아니라 애국선열들에 대한 ‘추모의 장소’,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기록의 장소’, 임시정부의 정신과 업적을 자손 대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의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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