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아니잖아요. 매일 씻고 피트니스도 하고 자기를 다듬는다. 도시도 똑같다. 도시도 항상 다듬고 옆집하고도 비교해야 한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도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여성이 자신을 꾸미는 행위에 견준 발언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연 뒤, 일부 기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 개발공약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인간은 끊임없이 더 쾌적한 조건에서 살고 싶어한다. 도시를 손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으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미투 운동을 통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성인지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짙은 화장과 긴 생머리 등 여성의 획일화된 모습을 거부하는 이른바 ‘#탈코르셋’(삭발이나 쇼트 머리·노 메이크업·브래지어 착용 않기 등) 인증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탈코르셋’ 해시태그가 달린 트위터 메시지를 살펴보면, 이들은 옷이나 화장, 헤어스타일 등 외모부터 행동 방식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의 편안함을 추구한다. 이들은 긴 머리와 화장으로 꾸민 모습과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지운 모습을 견줘 올린 사진을 공개하거나, 사용하던 화장품을 폐기한 사진 등을 올린다.
‘#탈코르셋’ 인증을 남긴 한 참여자는 트위터에 “외출할 때마다 샤워하고, 머리·화장·옷 등 준비 시간만 매일 3시간 정도 소비돼 외출을 나가기도 전에 에너지가 다 빠지고 자연스럽게 집순이가 됐다. 준비 과정을 생략하니, 외출 시 간단히 단장하고 바로 나가서 무기력에서 탈출하고 에너지도 넘치게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화장 등 꾸밈 노동도 계속하고 불편한 옷을 다 내다 버리지도 못했지만, 그동안 자를 생각을 못 했던 긴 머리를 싹둑 잘라 버려서 시원하다”며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여자라면 꾸며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었다. 탈코르셋 이후로 삶의 질이 올라갔다. 그동안 코르셋을 조이느라 들였던 부질없는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니 좀 아깝다. 개인의 가치가 외모로 판단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