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는 장시호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장시호씨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는 1일 대기업을 압박해 최순실씨와 함께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를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장시호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공기업에 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김종(57)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하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개인회사인 더스포츠엠의 운영비로 빼돌린 장씨의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피고인이 범행 후 횡령으로 인한 피해금액을 모두 변재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실형을 선고할 사유는 없다고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최서원(최순실) 등과 공모해 삼성전자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받는 등 일정한 부분은 사익을 충족하는 데 사용한 점은 부정할 수 없고 이 죄질은 피고인이 깊이 반성했다는 사정만으로 집행유예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녹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장씨는 이날 공판에서 내내 눈물을 보였다. 선고 공판에 출석할 때 착용한 하얀색 마스크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종 전 차관에 대해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 전 차관이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금 강요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봤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은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서원(최순실)을 통해 차관의 지위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최씨의 사익 추구에 적극 협력했다. 이는 공직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며 “후세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일벌백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기각해달라”며 1심 형량을 유지해달라는 뜻을 재판부에 밝힌 바 있다. 장씨는 결심공판에서 “죄가 너무 커 감히 용서해달라는 것이 양심 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저는 죄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엄마”라며 “아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국민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눈물 흘리며 말했다.
장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공모해서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16억 2800만원을 지원하게 하고 최순실씨와 김종 전 차관 등과 공모해 그랜드코리아레저(지케이엘·GKL)가 영재센터에 2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영재센터를 운영하며 국가보조금 7억여원을 가로채고 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개인 회사인 더스포츠엠의 운영비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장씨는 ‘국정농단' 특검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검 복덩이'로 불렸지만, 1심 재판부는 선처를 베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은 “검찰과 특검 수사, 관련 재판에도 성실히 임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서도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범행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장씨는 1심에서 1년6개월의 검찰 구형의견보다 1년이 더 많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전 차관은 지케이엘이 스포츠팀을 만들고 최씨 회사인 더블루케이와 용역계약을 맺도록 하고, “최순실을 알지 못 한다”며 지난해 말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나가 거짓증언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