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식품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환아를 이수영 아주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진료하고 있는 모습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과거 증상, 혈액 검사, 피부 반응 검사, 식품 유발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아주대병원 제공
저혈압·호흡곤란 등 중증까지 증상 보이는 아이 갈수록 늘어
예방은 관련 식품 차단 최선 급식이나 응급상황 관련 지침 있지만
당국, 입소 관련한 구체 방침 없어 민수(가명)의 어머니 현아무개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민수는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고 기도가 부어서 마른 기침과 함께 호흡 곤란 증상 등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민수처럼 식품 알레르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점 느는 추세다. 알레르기는 외부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올 때 해롭지 않은데도 위험하다고 판단해 몸이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식품 알레르기는 계란, 우유, 밀, 땅콩, 견과류, 생선, 조개류, 키위 등 식품에 주로 반응을 보인다. 올해 1월 국내 학회지인 ‘알레르기천식호흡기질환(AARD)’에 게재된 ‘국내 소아 식품 알레르기의 역학’ 연구를 보면, 여러 조사에서 한국 어린이들의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의 서울 지역 초등학생의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을 보면, 1995년 4.6%, 2000년 5.2%, 2005년 6.4%, 2008년 5.5%, 2012년 6.6%로 증가 추세다. 쉽게 가정 보육 권하고 발 빼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경욱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유전적 요인, 서구화한 식습관, 미세먼지 증가 등 환경 오염, 항생제 남용, 비타민 D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확실한 기전이 밝혀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두드러기, 발진, 홍조, 설사 등 가벼운 반응에서 저혈압이나 호흡곤란 등 심한 반응까지 보일 수 있다. 민수가 앓고 있는 아나필락시스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에 해당된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있으면,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짧은 시간 동안에 호흡곤란, 어지럼증, 저혈압과 같은 중증 증상들이 나타나며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아나플락시스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식품 알레르기로 인한 아나필락식스 0~19살 진료자 수는 2012년 153명에서 2016년 389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0~9살 진료자 수는 2012년 81명에서 2016년 278명으로 3.4배 늘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확실한 치료이자 예방 방법은 원인 식품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전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반응을 보이면 응급 대처가 중요하다. 기관지를 확장해서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에피네프린 약물을 투약한 뒤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식품 알레르기 및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런 아이들을 위한 적절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아에게도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유아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니 관련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아이들이 입소하면 당국에 보고하고, 적절한 보조 인력 배치 등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이는데, 현재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아이들을 사회적으로 함께 돌보기보다 민수의 경우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가정 보육을 권하는 경우가 있어 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져가고 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소속 학생들이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병설 유치원 등에서는 급식을 할 때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을 표시하고 알리도록 하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iryu@hani.co.kr
원장 등 개별적 판단에만 맡겨
유아기관-당국 보고-지원 체계 필요 개정된 학교보건법과 시행규칙이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됐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초등학교 소속 보건 교사가 유치원 원아까지 맡느냐 여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 교사가 당연히 병설 유치원의 응급 환자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보는 쪽과, 미세먼지, 식수 관리 등 갈수록 보건 교사의 업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병설 유치원의 경우 별도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민수가 다녔던 유치원 원장 및 초등학교 교장도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유치원 원아까지 책임지라고 할 수 없다. 현재 업무 부담이 높다”는 것이 재입학 불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 과장은 이에 대해 “초등학교 교장은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병설 유치원까지도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응급 처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제도적 기반은 있지만 (보건 교사에 대한) ‘수당’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현장에서 애로 사항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서와 대책을 논의중이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교육부나 복지부와 같은 하나의 부 소관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여가부, 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협업해서 이런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적절하게 돌볼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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