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위드유 특별위원회는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6·5 성균관대 백래시 박살대회, 결국엔 우리가 이긴다’를 열었다.
선거·대학·일상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젠더 이슈가 화두인 가운데,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에 반대하는 백래시(반격) 현상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성균관대 위드유 특별위원회는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6·5 성균관대 백래시 박살대회, 결국엔 우리가 이긴다’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올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고발 이후 개강을 맞이한 캠퍼스도 ‘미투’로 뜨거웠으나, 이내 곧 여성들의 외침과 변화를 반대하는 백래시와 마주해야 했다”며 “더 이상 무기력하게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집회를 하게 됐다”고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성균관대 정문 앞에 모인 50여명의 학생과 교수 등은 “미투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여성혐오 부수고 백래시 박살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성균관대 학내에서는 미투를 이야기하는 대자보가 뜯기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페미니즘이 조롱 대상이 되는 등 백래시가 있었다.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백래시를 넘어서는 움직임이 이날 집회를 통해 공식화된 것이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열린 ‘6·5 성균관대 백래시 박살대회, 결국엔 우리가 이긴다’에 등장한 피켓이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선거운동에서도 ‘페미니즘 후보’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쪽은 “5일까지 벽보 훼손이 강남에서만 21군데가 발견되는 등 서울시내 총 26군데에서 선거 벽보가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박훈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 후보의 포스터를 두고 “시건방지다”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래시가 계속되고 있지만 신 후보 쪽은 의연하다. 신지예 후보 쪽 김형수 수행팀장은 앞으로의 선거 운동 계획에 대해 “벽보 훼손 등의 현상에 주눅 들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기존에 계획했던 대로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4월 발표한 페미니즘 백래시 사례집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민우회가 수집한 사례 182건을 들여다 보면, 프리랜서 노동자의 경우 SNS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학생 중에는 수행평가 과제를 모두 끝낸 뒤 과제와 상관 없는 메모지에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를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최저점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백래시를 겪은 후 어떻게 대응했는지’ 묻자 ‘위축됐다’ 보다 ‘페미니스트로서 더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백래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인 요청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백래시가 있었고 그 결과로 여러 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그러나 10년 뒤 메갈리아가 탄생하고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생존 기술로 습득하고 있다”며 “페미니즘의 프리즘으로 세계를 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한 공간인지’ 인지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남성중심적 정치권이나 사회가 여성을 세상의 절반이자 중요한 보편성을 가지는 집단으로 인식하도록 연대하고 집회 등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백래시나 펜스룰을 주장하는 남성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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