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박근혜 청와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과 관련한 백서를 내고 “국민 대다수의 뜻을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권력의 횡포였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또,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전직 청와대 관계자 등 17명은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를 공개한 뒤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권력의 횡포이자, 시대착오적인 역사교육 농단이었다”며 “국정화가 교육부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게 사실이며, 정부의 과오에 막중한 책임을 되새기며 국민들께 깊은 사과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공개된 백서에는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과정의 이면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거쳐 국정 역사교과서가 추진된 과정을 비롯해 청와대와 총리실이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과 심의위원 구성에 개입하거나, 교과서 내용까지 통제했던 사실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3차례에 걸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를 조작한 이른바 ‘차떼기 의견서’와 국정화 지지 102인 교수 성명서를 ‘기획 조작’했던 일도 자세하게 기술됐다. 또한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가 국정화 홍보 업무에 불법적인 계약을 주도하고, 국정화 반대 학자들은 학술연구지원 사업에서 원천 배제했던 ‘역사학자 화이트리스트’ 등 불법 행위들이 6가지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정리됐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1차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지난 석달간 백서 발간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울러 교육부는 백서 발간과 함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관련자를 인사혁신처에 징계 요구하고, 진상조사위의 재발 방지 권고안도 적극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징계 대상자들은 국정화 반대 학자를 연구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팀을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등 9가지 사안에 개입된 교육부 공무원 5명과 소속기관 직원 1명이다. 교육부는 소속 관료들이 청와대 등이 불법적으로 내린 지시에 누구 하나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위법한 지시에 대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교육부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원회가 권고한 재발방지 방안도 최대한 수용하기로 했다. 권고안에는 불법 행위 관련자의 처벌과 역사교육 지원체제 구축,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역사교육 방향 정립, 역사교육 공론화 기구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에 개입한 이전 청와대의 이병기 전 실장,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국정교과서 홍보업체 관계자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부총리는 “지난 정부 청와대 관계자 등 교육부 외부자의 위법행위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는 한편, 학계·교사·시민사회 등과 소통을 통해 교과서 발행제도와 법규를 개선하겠다”며 “지난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지향하는 민주적 가치가 구현되는 역사교육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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