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학교-기념사업회 공동 주관으로 치러져
배은심 여사 “한열이가 이 자리에 있을거라 믿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열린 ‘제31주기 이한열 추모제’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987년 6월 민주항쟁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고 쓰러져 숨진 이한열 열사의 31번째 추모제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치러졌다. 이번 추모제는 연세대와 이한열기념사업회가 함께 주관한 첫 추모제다.
8일 낮 서울 연세대학교 한열동산에서 연세대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민주화사업회)와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제31주기 이한열 추모제가 열렸다. 이한열 추모제는 지금까지 기념사업회가 주관해왔는데, 지난해 연세대 동문들은 이한열 열사를 기리는 ‘6·9추모제’를 학교의 공식행사로 치러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학교 쪽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월 민주화사업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이날 추모제도 학교와 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30년의 시간이 지나 31번째 치러진 추모제는 연세대에 공식 기구가 출범한 뒤 첫 추모제가 되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도 학교 쪽에 감사를 전했다. 배 여사는 “한열이는 망월동(묘역)에 가 있지만 이한열이 연세대 동문 여러분과 같이 걸어가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내가) 지금까지 (한열이와) 같이 다녔다”며 “앞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어도 우리 이한열이는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믿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배 여사는 이어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열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믿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연세대 학내 공식 기구인 민주화사업회가 발족하면서 연세대 내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민주화사업회는 올해 말까지 이한열기념관에서 출발해 최루탄 피격 장소, 세브란스병원 등을 잇는 ‘이한열 열사 추모의 길’을 조성해 표지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1996년 집회 도중 숨진 노수석 열사의 행적을 잇는 ‘노수석 열사 추모의 길’, 연희전문학교 출신인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윤동주의 길’ 등을 조성해 추모 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