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전 수석이 지난 2월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걸어들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원을 이용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부인하며 “대한민국은 성문법 국가라는데 청와대 안은 불문법, 관습법 국가와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정부조직법에 업무를 규율할만한 근거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의 심리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민간인과 공직자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보석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기일이 열렸다. 우 전 수석은 7일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고 일정한 조건을 걸어 법원이 구속된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직무에 관한 범죄라고 하는데 청와대에서 제가 수석으로 근무하며 느낀 점은 검찰이나 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있어 어떤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돼있지만 (청와대는 업무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수석비서관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앞 선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 그리고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맞느냐 틀리냐 판단하는 일이었다. 그 점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말했다.
우 전 수석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 23년 동안 했다. 어떤 경우든 피고인이 도주하면 그건 변명의 여지없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다”며 “저는 사실대로 밝혀서 정당하게 재판을 받고 싶기 때문에 도주할 생각은 단 이만큼도 없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 도주는 생각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우 전 수석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추명호 전 국정원장의 일방적인 보고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위 아래로 전가하고 있다”며 “우 전 수석이 객관적 자료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사실도 부정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신문할 증인 중에는 우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한 직원도 있어 증거 인멸과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석 청구를 불허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정부에 비판적인 공직자와 민간인들을 사찰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운용 상황을 보고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뒤 7개월여 동안 모두 14번의 공판준비기일과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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