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서울역 대합실이 내외신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작이 반이라고, 두 정상의 만남 그 자체로 개성공단의 문이 절반은 다시 열린 것 같습니다.”
북미 두 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지켜보던 개성공단기업협회(협회) 김서진 상무의 목소리가 떨렸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내내 지켜본 김 상무는 “협회 사람들이 모두 감격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싹트기 시작한 희망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70년 만에 성사된 ‘세기의 만남’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저마다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희망의 모양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반도 평화가 가져올 삶의 변화를 한 목소리로 반겼다. 장교로 군 복무 중인 김정환(가명·23)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보며 ‘북한이 더는 주적이 아니라면’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김씨는 “군 복무 중에 정전협정이 맺어져 ‘북한은 주적’이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면 새롭고 좋을 것 같다”며 “우리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채 유지하는 평화 말고, 우리 민족이 서로를 지키는 평화를 위해 군 복무를 하는 상상을 해봤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들은 ‘죽기 전에 다시 고향 땅을 밟아볼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그렸다. 평안북도 자성군에 살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가족들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이상만(82)씨는 “4월 남북정상회담이 당사자끼리의 만남이었다면 오늘 북미 회담은 평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일”이라며 “이번 회담이 남북한이 평화롭게 오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철도연결사업 얘기가 나오는데 건강이 허락한다면 이 사업들이 잘되도록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대학생 강현정(24)씨는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강씨는 “두 정상의 악수가 비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한반도가 그만큼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의류회사에서 일하는 박지영(25)씨는 “회담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사무실 전체가 일을 멈추고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며 “남북 평화와 교류가 진전되면 지금과는 완전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민영 신민정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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