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1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18.6.14 노옥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연합뉴스
6·13일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선 ‘보수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울산·대구·경북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지역은 2010년 전국 단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뒤, 보수 후보들이 아직 한 차례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곳이다.
14일 최종 개표 결과 울산에서는 진보 성향 노옥희 당선자가 35.6% 득표로, 보수 성향의 김석기 후보(18%)에 크게 앞서 이 지역 첫 진보 교육감 자리를 확정했다. 노 당선자는 울산지역 54개 시민사회단체가 선출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로 혁신학교 운영과 전면무상급식 실시, 교장공모제 확대, 고등학교 수업료 단계적 폐지 등 ‘개혁 정책’을 앞세웠다. 울산은 보수 성향의 김복만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곳이다. 이번 선거에는 현직 후보가 빠진 자리를 노리고 후보 7명이 진보·중도·보수로 진영을 나눠 교육감에 도전했다. 영남 지역에서 부산·경남은 2014년 선거에서 첫 진보교육감을 배출했지만, 유독 울산만은 보수 교육감이 ‘장기 집권’을 해왔다. 노 당선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울산 교육을 근본부터 바꿔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는 개혁적 교육’을 실현하라는 바람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들이 끝까지 선전을 벌였다. 대구에서는 김사열 후보(38.09%)가 보수 성향의 강은희 당선자(40.73%)에 2.64%포인트 차이로 뒤져 아깝게 낙선했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고, 강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일본과 ‘10억엔 합의’를 종용해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경북에서는 보수 성향 임종식, 안상섭 후보가 선두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인 가운데, 진보 성향 이찬교 후보(22.4%)가 1~2위와 큰 차이 없는 3위를 차지했다. 1위 자리는 임종식 당선자(28.2%)의 차지였다. 대전에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 출신의 성광진 후보(47%)가 유일한 보수 성향 현직 교육감 출마자인 설동호 당선자(53%)를 끝까지 긴장하게 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여론과데이터센터장은 “진보 교육감의 연임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것은 ‘교육개혁’에 대한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며 “특히 대구에서 진보-보수의 접전은 ‘교육 문제’ 등을 통해 이 지역의 보수적 정치 지형이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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