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등 박근혜 정부 당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2015년 당시 세월호 범국민추모행동 집회 민중총궐기 집회 등 10건의 시위를 주도하면서 경찰의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50만원의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 설명에 따르면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 전 사무총장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실형이 필요하다는 1명을 제외하고 6명의 배심원이 집행유예가 적절하다고 봤다. 배심원들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이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배심원들은 12일 오후 7시께 2차 국민참여재판의 변론이 끝난 뒤 그날 오후 11시까지 양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의견은 구속력은 없지만 법원이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근거 없는 살수 행위 등 경찰의 시위 대응으로 많은 참가자가 다치거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위법한 공무집행이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시위를 제지하려던 경찰의 공무집행 전부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시위참가자의 폭력 행위 또한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점, 범행 이후 상당기간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을 비춰보면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사무총장이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고 피해 경찰에 사죄 의사를 밝혔으며 손상된 공용 물건에 대해 상당 금액을 공탁한 점 △최루액을 혼합한 살수행위는 위헌이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 △국회의사당 100미터 이내의 집회 금지 조항은 헌법 불합치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 등을 고려했을 때 집행유예가 적절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한 “당시 정부가 다수 노동자와 협의하는 데 있어 미흡했던 태도를 보였던 점, 2016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집회·시위 문화가 성숙되었다는 점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15년 박근혜 정권 당시 세월호 범국민추모행동 집회, 민중총궐기 집회 등 10건의 집회를 개최하면서 차로를 점검하고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그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를 주최하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경찰 107명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그 중 75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도 받았다.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이 전 사무총장측의 변호인과 검찰은 경찰 공무 집행의 적법성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 전 사무총장쪽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집회를 금지 통보하고 최루액이 담긴 물대포를 직사 살수하는 등 경찰의 공무집행이 위법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교통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 집회를 금지할 수밖에 없었고 차벽을 설치한 것 역시 시민과 경찰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전 사무총장의 선동으로 폭력행위가 발생해 상당수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고 맞섰다. 검찰은 12일 이 전 총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전 총장과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와 2015년 4월16일 세월호 범국민 추모행동을 비롯해 2012년부터 2015년 9월까지 모두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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