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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정부 우군 노릇 ‘제3 노총’…노동장관 보좌관이 설립 개입

등록 2018-06-19 20:46수정 2018-06-20 09:28

[국정원 돈 ‘국민노총’에 불법 지원]
국정원 돈 지원해 노조 분열 공작
임태희 전 비서실장도 “도움 받아”
핵심세력 가입도 노동부 지원 의혹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상납(특수활동비)이나 증인 매수(장진수 전 주무관) 등에 쓰였던 국가정보원 자금이 노동계 파괴·분열 ‘공작’에도 쓰인 구체적 정황이 새로 확인됐다. 검찰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민주노총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친정부 노조’인 국민노총 설립을 지원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검찰과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노총은 2011년 11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의 틈바구니에서 ‘제3 노총’을 표방하며 꾸려졌다. 출범할 때부터 이명박 정부와의 ‘근친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다. 특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2년 4월 한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이 장관일 때 정책보좌관이었던 이동걸(현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씨가 ‘제3 노총 설립에 관여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제3 노총 설립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인정한 셈이었지만, 당시 고용부에 남아 이채필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맡고 있던 이동걸씨가 이를 전면 부인하며 흐지부지됐다.

국민노총이 설립된 시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한국노총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할 때다.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 등 노동정책 추진에 동력이 필요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노동계 우군’이 절실했던 시기다.

이때 한국통신(현 KT) 노조 출신으로 국민노총 전신인 ‘새희망노동연대’에서 활동했던 이동걸씨가 제3 노총 설립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씨는 2007년 대선에서 정연수 당시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이후 국민노총 위원장), 오종쇄 당시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등과 함께 민주노총 조직 방침을 어기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국민노총 핵심 기반인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과정 역시 당시 고용노동부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관련 법에 따라 노조 규약에 명시된 상급단체를 탈퇴하려면 규약을 변경해야 한다.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행정해석이었지만 노동부는 ‘50% 이상 찬성하면 민주노총 탈퇴가 가능하다’고 돌연 행정해석을 바꿨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노조는 2011년 4월 ‘53%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할 수 있었다.

국민노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조직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특별 대접’을 받기도 했다. 2012년 최저임금위원회는 한국노총 몫에서 노동자위원 한 명을 빼내어 국민노총에 내주기도 했다. 결국 양대노총은 국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며 최저임금위원회를 불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차승현 변호사는 19일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노동 3권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노조활동을 제약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제3 노총까지 만든 행위는 헌법 위반이자 직권을 남용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김양진 박기용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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