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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년 신뢰 끊어놓은 ‘닭그림 택배 실종사건’… 책임은?

등록 2018-06-20 05:00수정 2018-06-20 07:46

소액재판 톡톡

표구사, 민화 두점 표구해 부쳤다가
포장 허술한 탓 배달 중 빠져
화가 부부 “대회 입상 수차례… 작품값 천만원”
표구사 “고가면 특별배송 했어야”
화가 200만원 받고 종결
민화를 그리는 송아무개씨 부부는 2013년부터 경남 양산의 ㄱ표구사를 단골로 이용했다. 송씨 부부가 민화를 택배로 보내면 말끔하게 표구를 마친 뒤 다시 택배로 보내주는 거래를 통해 제법 두터운 신뢰가 쌓였다. 그러다 2016년 11월 ‘민화 실종사건’으로 이들의 사이는 틀어졌다. 닭과 책장을 주제로 한 민화 두 점의 표구를 마치고 택배로 보냈다는데 이후 그림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이 사라지자 송씨 부부는 표구사와 택배사를 점유이탈물횡령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조사 결과 허술한 포장 탓에 배송 과정에서 민화가 빠져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송씨 부부는 택배사에 따졌지만, 표구사가 운송장에 ‘가액’을 밝혀두지 않은 탓에 50여만원만 손에 쥐는 데 그쳤다. 송씨 부부는 다시 표구사에 배상을 요구했다.

표구사는 자기 손을 떠난 민화의 행방까지 책임지라니 억울한 눈치였다. “300만원이 넘는 물품은 택배가 거부될 수 있어요. 고가품이라면 일반배송이 아니라 특별배송을 이용했어야죠.” 표구사가 30만원 정도로 작품 가치를 낮춰 부르자 송씨 부부는 발끈했다. 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 확인증과 대회 입상경력은 물론, 자신들의 이름이 언급된 잡지 인터뷰까지 ‘깨알 스크랩’해서 들이밀었다.

민화가 분실된 탓에 법원 공식감정을 할 수 없는 터라 판사는 머리를 싸매야 했다. 반년 간 이어진 공방의 결말은 송씨 부부의 판정승. 표구사가 대충 포장하는 바람에 분실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다만 판사는 민화 가액을 정확히 따지기 어렵고 송씨 부부 역시 분실이나 훼손 위험을 무릅쓰고 택배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청구금액의 20%인 350만원과 위자료 200만원을 배상금으로 정했다. 표구사는 즉각 항소했고, 2심 조정 과정에서 200만원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택배를 보내거나 맡아둔 이도 분실·훼손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편의점 무인 택배기 이용 과정에서 택배가 분실되자 편의점 쪽에 보관 책임을 물은 판례도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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