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보면 대검 정책기획과장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연수원 25기로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에 발탁된 권순범 대검 범죄정보정책관이 대표적이다.
검사들에 대한 인사나 국회 대응을 비롯해 각종 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기획과장은 법무·검찰 내 기획 파트에서 법무부 검찰과장과 함께 ‘(사법연수원)기수 1∼2등’으로 평가되는 핵심 보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과장을 지낸 권정훈(사법원수원 24기) 대전지검 차장검사나 정수봉(〃 25기) 서울고검 검사 등이 이번 검사장 승진 대상에서 누락되면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책기획과장(출신)이 “검찰과장(출신)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일 검찰 자료를 보면 현직에 있으면서 승진 대상이 됐던 정책기획과장 출신들은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며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유임된 봉욱(〃 19기) 대검 차장이 현직 가운데 가장 선임이다. 이어 안태근(〃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 장호중(〃 21기) 전 부산지검장, 차경환(〃 22기) 신임 수원지검장, 구본선(〃 23기) 신임 대검 형사부장, 강남일(〃 23기) 신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권순범(〃 25기) 신임 대검 강력부장 등이 차례로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권 신임 강력부장의 후임인 한동훈 (〃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나 그 후임인 신자용(〃 28기) 특수1부장도 정책기획과장 출신이다. 윤석열(〃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해 적폐청산 수사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을 맡아 수사 중이다. 신 부장의 후임은 손준성(〃 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과 김남우(〃 28기) 현 정책기획과장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책기획과장들이 중용되는 이유는 뭘까. 서울지역 한 검사는 “누구를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앉히느냐를 결정할 땐 청와대 등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비해 검찰총장 참모인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상대적으로 그런 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한 부장검사도 “기획 부서에 어쩔 수 없이 그 조직 에이스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검찰과장은 그 정권 색채가 강하게 덧씌워져 정권이 교체되면 고초를 겪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정책기획과장은 그런 면에서 좀 자유로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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