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찰’을 자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고위관료가 취업제한 기관에 불법 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로 검찰에 피의자 입건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공정위 내부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검찰은 “오래전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에 입건된 이들은 차관급인 지철호(57) 부위원장과 김학현(61) 전 부위원장 등 6명이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퇴직한 이듬해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상임감사로 재취업했다. 김 전 부위원장도 퇴직 뒤 기업 회원비로 운영되는 공정경쟁연합회에 재취업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를 감안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22일 인사혁신처 쪽 설명을 들어보면 지 부위원장은 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중기중앙회에 취업했다. 취업 이후 문의를 받은 공직자윤리위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취업제한기관이 맞다’고 통보했다. 다만 지 부위원장이 사전에 취업제한기관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고 보고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정위 쪽은 “공직자윤리법은 대기업 취업제한을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 재취업을 막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이나 취지에 어긋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방안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공정위는 그간 중소기업중앙회와 정책협의회 등을 주기적으로 열었다. 중소기업끼리의 불공정 하도급 문제도 공정위 주요 업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과태료 부과 여부는 업무 관련성에 대한 심사 없이 해당 기관(공정위)의 의견을 존중해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경쟁연합회의 경우 ‘공정위 퇴직자 자리 만들기’, ‘공정위 로비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0여개 기업 회원들로부터 수백만원씩을 거둬 강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데, 공정위 현직 관료와 기업 관계자가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2013~2017년 외부교육에 참여한 공정위 관료 가운데 93%(375명)가 공정경쟁연합회 주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검찰 수사와 별개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혁신 노력을 배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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