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 허탈, 침울, 참담, 안타까움, 반성, 불만….
‘피디수첩’의 취재 윤리 문제가 불거진 뒤인 5일, <문화방송>의 내부 분위기는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복잡해 보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며 한숨을 내쉴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 차장급 직원은 “줄기세포 연구의 진위 여부를 떠나 협박은 없었다는 부분은 믿고 있었는데 ‘뉴스데스크’에서 전혀 알지 못하던 얘기가 나오고 사과문까지 발표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 방식에서의 비윤리적인 행태 탓에 취재 내용이라는 본질이 감춰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와이티엔>의 보도 태도가 지나치게 이해당사자 한쪽의 의견만을 반영했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와이티엔>의 보도를 보면, 피디수첩의 취재 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거나 ‘구속된다’ 등의 발언이 다소 선정적으로 보도된 것 같다”며 “취재 윤리의 문제를 시인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만, (와이티엔의 보도가) 균형 잡힌 보도는 아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피디는 “취재 내용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기회에 관행처럼 이어온 무리한 취재 방식을 어떻게 반성하고 개선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사과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사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취재 윤리 문제와는 별도로 그동안 피디수첩이 해 온 진실 추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피디는 “취재 윤리와 관련된 내용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다른 피디는 “피디들이 입은 심리적 타격이 매우 크다”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도 이날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취재 윤리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취재 내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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