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종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맨 오른쪽)이 2013년 12월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2년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을 수사하면서 군의 조직적 개입 사실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선일) 심리로 열린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백 전 본부장에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권아무개 조사부본부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 전 본부장은 2013~2014년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여 의혹을 수사할 때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공모해 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백 전 본부장은 수사본부의 선아무개 수사관이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이 대선 무렵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하자, 해당 수사관을 수사본부 업무에서 배제했고 수사관들에게 국군사이버 사령부 부대원의 진술이 허위라는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관련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에 송치할 때 ‘군 내외의 지시나 대선개입은 없었다’는 허위의 수사결과를 작성해 배포한 혐의 등도 받는다.
재판부는 백 전 본부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리 정해놓은 대로 수사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담당 수사관을 수사본부에서 배제한 행위는 수사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며 “수사관의 직업적 양심에 크나큰 상처를 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백 전 본부장 등이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부분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미리 설정된 수사 방향에 따른 것”이라며 백 전 본부장이 관련자들의 허위 진술을 받도록 한 지시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당시 수사결과 발표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백 전 본부장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가 군의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은폐·축소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며 “당시 피고인은 군 수사기관으로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정치적 중립을 확립해야 할 임무를 지녔음에도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밝혀질 때의 비난 가능성과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부담될 가능성을 빌미로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없었다고 미리 결론지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방해해 형사사법 절차 자체를 무력화시켰고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재판에도 악영향을 미쳐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 백 전 본부장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은 2013~2014년 군 사이버 정치관여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와 청와대 고위직의 범행 가담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수사과정에서 ‘대선개입 등에 관한 조직적 지시는 없었다고 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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