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병역거부자의 날(5월15일)을 사흘 앞둔 5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부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조은씨가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씨는 지난 2010년 9월 병역거부혐의로 1년6개월 형을 선고 받고 1년3개월 복역한 뒤 출소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945년 광복 이후 최근까지 입영 및 집총 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2만명에 이른다.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최근에도 해마다 500명 안팎씩 형사처벌을 받는다. 병무청 통계(2007년~2016년 10월)를 보면, 이 기간 입영·집총 거부자 5532명 중 5495명이 여호와의 증인이다. 종교 없이 ‘평화적 신념’에 따른 거부자는 37명이다. 27일 현재 대법원에는 200여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이 계류 중이다.
병역거부에 따른 첫 처벌은 1939년 일제강점기에 이뤄졌다. 병역과 신사참배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이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는데, 이 가운데 5명이 옥사했다. 정부 수립 뒤 한국전쟁을 거치며 징병제가 도입되자 처벌자가 급증했다. 특히 1972년 유신을 선포한 박정희 대통령의 ‘입영률 100% 지시’ 이후, 병무청 직원들은 영장 없이 병역거부자를 체포해 강제 입영시키기 시작했다. 병역기피자에게는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하도록 한 ‘병역법 위반 등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만들어졌다. 지난 2월 나온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보고서>에는 당시 특별조치법에 따라 7년10개월을 복역한 사례도 확인된다.
강제 입영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훈련소에서 ‘집총 거부’를 했고, 군사법원은 군형법상 항명죄 최고형인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한변협 인권보고서는 “2년형이 당시 군 복무 기간보다 짧다는 이유로 상당수 부대에서 총기를 두 번 이상 수여해 경합범으로 1.5배 가중처벌을 해 3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대법원은 ‘집총 명령을 수회 받고도 그때마다 이를 거부한 경우 명령 횟수만큼의 항명죄가 즉시 성립한다’는 판례를 1990년대까지 인정해 왔다.
2001년 2월 <한겨레21>이 연속기획기사를 통해 병역거부를 인권 문제로 전환시켰고, 이즈음부터 법원에선 징역 1년6개월 실형이라는 ‘정찰제 유죄 판결’이 굳어졌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오후 병역거부 처벌의 근거가 되는 병역법 조항의 위헌성(단순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을 인정할 경우, 병역법 위반으로 수사·재판을 받거나 수감된 이들은 일부 경과규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무혐의·무죄·석방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수천명의 ‘병역거부 전과자’들도 재심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헌법재판소법은 형벌에 관한 위헌 결정을 하게 되면 과거 처벌까지 ‘소급’ 적용하는데, 해당 조항에 대한 과거 합헌 결정이 있을 경우에는 결정이 난 다음날까지 소급한다. 헌재의 병역법 조항 마지막 합헌 결정은 2011년 8월30일이었기 때문에, 8월31일 이후 유죄 확정자는 재심을 청구하면 무죄를 선고받는다. 형사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청구하면, 구금일수 등에 따라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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