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탈루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가 조 회장이 이른바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정황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사실상 지분을 가지고 운영한 이 약국이 2000년 이후 국민보험공단에 청구해 받은 건강보험료 1천억원과 관련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2000년부터 인천 인하대병원 주변에 한 약사와 함께 약국을 개설한 뒤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방식의 계약을 맺고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이 약국이 국민보험공단에 청구한 건강보험료는 1천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약사 자격이 없는 조 회장이 약국을 약사와 함께 개설하고 보험료를 청구한 것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약국 운영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진그룹 쪽은 “조 회장은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하여 약국을 운영한 적이 없다”며 “(한진그룹 계열의 부동산 관리기업인) 정석기업이 약사에게 약국을 임대한 것일 뿐이며 해당 약국에 돈을 투자한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이 약국 운영으로 이득을 얻은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기 혐의 외에도 조 회장은 아버지인 고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2002년 사망한 뒤 해외 재산 등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5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와 딸 조현아씨의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낸 혐의(횡령)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확인했지만 이는 횡령이 아닌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는 공정위가 전속 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이후에 수사할 수 있다.
조 회장은 28일 오전 9시23분께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30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새벽 귀가했다. 조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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