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너지’ 보고서를 작성한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해임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너지’ 보고서를 작성한 채준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이 해임됐다. 채 실장은 당시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장으로 일하며 홍완선 전 본부장의 지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효과 수치를 조작한 보고서를 만들었으나, 지난해 5월 실장으로 승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3일 국민연금은 “올해 3월부터 석달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업무처리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내부감사를 했다”며 “이번 감사에서 내부 규정을 현저히 위반한 임직원에 대한 문책 요구가 나왔으며, 이에 지난달 2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채준규 실장을 해임하고, 팀원 한 명은 불문경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불문경고는 징계에 준하는 불이익이 따르는 행정처분이다.
국민연금 누리집에 게시된 감사 결과를 보면,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적정합병 비율을 모두 세 차례 산출했는데, 2015년 6월30일께 제시된 1차 합병 비율은 1 대 0.64(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64주로 교환)였다. 이후 채 실장은 제일모직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확 키워보라”고 지시해, 애초 4조8천억원으로 평가된 지분가치가 단 하루 만에 11조6천억원으로 크게 부풀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적정합병 비율도 1 대 0.39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변동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됐다는 내부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3차 적정합병 비율은 1 대 0.46이 된다. 이 비율에 따라 합병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자체 손실금액은 1388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채 실장은 홍완선 전 본부장에게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추가 합병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당시 팀원에게 필요한 ‘합병 시너지 2조원’을 먼저 산출할 것과 아울러 이 금액(2조원)에 맞춰 매출 증가율을 5%에서 30%까지 적용한 수치를 역산해서 구하라고 지시한다. 약 2조1천억원에 이르는 합병 시너지는 단 4시간 만에 이렇게 나왔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특검 공소장과 문형표·홍완선 재판 판결문에는 채준규 실장의 역할이 상세히 기재돼 있지만, 채 실장은 기소도 되지 않았고 정권 교체기에 오히려 승진했다. 국민연금이 뒤늦게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 추궁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진작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연금 담당자들이 합병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조작한 것이 확인됐고, 그 담당자를 해임했다는 것이 이번 감사 결과”라며 “내부조사 결과를 제공받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최순실) 등 사건 공소유지를 위해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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