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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곰퍼츠 “안전하고 존엄한 임신 중단은 여성의 권리”

등록 2018-07-05 18:49수정 2018-07-05 21:40

‘파도 위의 여성들’ 설립자 레베카 곰퍼츠
1998년, 공해에 배 띄워 ‘임신중단 약물’ 나누다
‘위민온웹’ 서비스로 전 세계 7만여명 여성 도와

“낙태죄, 여성을 심리적·사회적으로 고립시켜
임신중단 합법화까지 한국 여성들과 함께 할 것”
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레베카 곰퍼츠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 설립자가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권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를 통한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레베카 곰퍼츠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 설립자가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권으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를 통한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영해 12해리 밖 공해 상에서는 선박의 게양된 국기와 국적에 따라 법 관할권이 바뀌는 국제법을 활용했다. 배 위엔 임신 중절이 합법인 네덜란드의 국기를 걸었다. 1998년, 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이자 여성 재생산건강권 활동가인 레베카 곰퍼츠가 주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은 공해상에 배를 띄워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0년간 폴란드, 모로코, 과테말라 등 낙태가 불법인 국가의 여성들을 배에 태워 임신 중단 약물을 나눈 곰퍼츠의 이야기는 2014년 <파도 위의 여성들>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약물을 나누는 도구는 배에서 2005년 인터넷(‘위민온웹’ 설립)으로, 2015년 드론(폴란드)으로, 2017년 로봇(북아일랜드)으로 진화했다.

‘국경’과 ‘법 관할’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 중단 약물을 나누는 ‘파도 위의 여성들’ 설립자 레베카 곰퍼츠(52)를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만났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폐지 판결을 앞두고 임신 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곰퍼츠는 “올해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낙태죄가 폐지된 데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도 14주 이내 임신에 대한 임신 중단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 여성들도 처벌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하고 존엄한 방식으로 임신 중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집 ‘위민온웹’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임신 중단에 대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약물을 나누기 위해 지난 2005년 개설됐다. 지난 13년간 세계 각지로부터 온 50여만건의 도움 요청에 응답했고, 7만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중단 약물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롤스톨’을 나눴다. 1인당 70~90유로(8만~11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받고 약물을 보내는 식이다. “이 약물들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에 포함하기도 한 안전한 약물입니다. 물론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도 약물을 전달했죠.” 낙태죄가 있는 한국에서 임신중절약을 구입하고 복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위민온웹을 통해 약물을 전달받은 한국 여성들은 2500여명에 달한다. 곰퍼츠는 “약물을 요청한 한국 여성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거나, 한국에서는 불법인 낙태 시술에조차도 접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여성들이었다”며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자도 5% 정도 차지했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곰퍼츠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의료 인턴십을 하면서 불법적인 임신 중단이 여성에게 끼치는 위험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법은 여성을 공포로 몰아넣고 고립시킵니다. 여전히 많은 국가의 여성들이 뜨개질바늘과 같은 위험한 도구를 이용하거나, 표백제를 마시는 방식으로 자가 낙태 시술을 합니다. 이는 여성의 신체에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임신 중단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회적 낙인을 주죠.”

곰퍼츠는 임신 중단에 대한 여성의 건강권이 ‘사회 정의’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위민온웹’에서 의료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누리집에 접근할 수 없거나 글을 읽을 수 없는 여성들은 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국가적 차원의 임신중단 서비스의 경우 장애여성, 홈리스, 불법이주여성 등을 포함해 모든 여성들에게 차별적이지 않도록 무료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었고, 이르면 9월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곰퍼츠는 “임신중단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유엔의 기조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성적 및 생식 보건 권리에 관한 논평’에서 ‘임신 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을 포함해, 필수 의약품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곰퍼츠는 오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낙태죄 위헌·폐지 촉구 집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임신 중단이 합법화되고, 모든 여성이 차별없이 임신 중단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위민온웹’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한국 여성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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