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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랑하는 자유” 서울광장 가득 채운 무지개 깃발

등록 2018-07-14 21:05수정 2018-07-15 14:27

‘서울퀴어문화축제’ 주최쪽 추산 6만여명 동참
소수자단체·국가인권위·대사관 등 105개 부스 마련
인근에선 축제반대 개신교 단체들 맞불집회도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길이 50m에 이르는 대형 무지개 깃발을 함께 든 채 서울광장을 출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길이 50m에 이르는 대형 무지개 깃발을 함께 든 채 서울광장을 출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시청 앞 광장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무지개빛 깃발을 들고, 무지개빛 망토를 두르고, 무지개빛 옷를 입은 시민 6만여명(주최쪽 추산)이 모인 것이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인파다.

성소수자의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4일 낮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2000년에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로 19회를 맞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였다. ‘퀴어’와 ‘어라운드’의 합성어인 ‘퀴어라운드’는 ‘당신 주변에는 늘 성소수자가 있다’는 뜻을 담았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홀릭(활동명)은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되지만 (우리가)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퀴어퍼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임재우 기자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퀴어퍼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임재우 기자
이 날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속 다양한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장’이 되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성소수자단체 뿐 아니라 여성단체, 종교단체, 각국의 대사관 등 105개의 단체와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성소수자 관련 각종 상품을 팔거나 기념품을 나눠줬다.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낙태죄 폐지 서명을 받았고,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성매매 여성들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는 자료들을 전시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 대사관들도 부스를 마련해 무지개로 장식한 부채와 각 나라가 성적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해왔던 일들을 알리는 책자를 나눠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스를 마련해 무지개 문양의 스티커를 붙여주는 등 축제에 동참했다.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마련된 홍보부스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알리고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가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마련된 홍보부스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알리고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 날 축제가 벌어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맞불집회를 벌였다. 하지만 광장에서는 성소수자에 연대의 뜻을 표시한 종교단체 여럿이 축제에 참여했다. 매년 부스를 차리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의 박진영 담임목사는 “혐오발언으로 힘들어하는 성소수자 교인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하나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신다는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담임목사는 개신교내 동성애 반대 목소리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 본다. 저희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불교계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부스에서 연꽃을 만들어 나눠줬다. 조계종의 시경 스님은 “진흙 가운데서 피어나는 연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맑게 피어나는 부처님의 자비를 뜻한다.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에 물들지 말고 맑게 피어나라는 의미로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4시30분께부터 시작된 ‘퀴어퍼레이드’였다. 퍼레이드는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을지로입구, 종각, 종로2가, 명동을 거쳐 다시 서울광장까지 약 4km 거리를 행진했다. 선두에 선 성소수자 바이크팀인 ‘레인보우 라이더스’ 뒤로 8대의 차량이 행진하자 광장에 있던 시민들이 따라나섰다. 퍼레이드가 시작된 직후 20여명의 젊은 남성들이 길 한가운데에 스크럼을 짜고 누워 퍼레이드가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행진은 이내 재개됐다. 퍼레이드에 동참한 시민들은 차량에 오른 참가자들의 퍼포먼스에 호응하며 열띤 분위기 속에 행진을 이어나갔다.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종각으로 향하는 성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이 기습 시위를 진행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종각으로 향하는 성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이 기습 시위를 진행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반대 단체들의 시위에도 이날 축제가 벌어진 광장에서는 인파가 내내 북적였다. 이날 무지개빛 옷을 맞춰 입고 행사에 참여한 김차령(22), 송종현(21)씨는 “평소 청소년 인권에 관심이 많다보니 다양한 소수자인권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년에 처음 왔을 때 부스 구경도 재밌고 축제의 흥겨움도 좋아서 올해 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손을 맞잡고 광장에 나온 성소수자 연인들에게 퀴어축제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여성 커플인 황아무개(25)씨와 박아무개(25)씨는 “우리에게 축제는 자유다. 사랑하는 자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성 연인과 함께 축제에 나온 김아무개(27)씨는 “매년 나오지만 이렇게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낼 때 마다 해방감을 얻는다”면서 “나와 내 애인에게 퀴어문화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사회에서 누락되었던 우리의 존재에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했다.

글 임재우·사진 박종식 기자 abbado@hani.co.kr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제19회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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