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5일 오후 한 어린이가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다 아예 드러누워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5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거리에서 ‘팻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아무개(25)씨는 바지 뒷주머니에 챙겨온 손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2도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거리에 서서 카페 홍보를 위한 팻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씨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길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며 “주말 알바여서 어제도 땡볕에 4시간 있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습하고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 내내 낮 최고 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르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지역은 경북으로, 영천이 36.8도, 대구는 36.4도를 기록했다. 오전 11시 경기 남부와 영서 남부의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강화된 데 이어, 오후 2시엔 제주 동부에도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주말을 맞은 시민들은 바다·계곡·수영장 등으로 피서 행렬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지승(38)씨는 15일 낮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두 자녀와 함께 여의도 한강 야외수영장을 찾았다. 김씨는 “어제도 열대야 때문에 가족들이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전기요금 걱정에 집에서 종일 에어컨을 틀어둘 수도 없고, 아이들이 수영장에 놀러 가자고 성화여서 더위를 식히러 왔다”고 말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 가까이 오르는 무더위는 앞으로도 최소 열흘, 최대 20일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여름철 우리나라 더위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에 더해 티벳 고기압이라고 불리는 대륙성 고기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압계가 한반도 하층부터 상층부까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오는 23일 이후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주(7월8일~13일) 온열질환 환자는 145명으로, 직전 주(7월1일~7일) 52명에 견줘 3배 규모로 급증했다”며 “고령자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