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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일그룹 “발견했다” 주장한 돈스코이호는 보물선이 맞을까

등록 2018-07-18 14:53수정 2018-11-11 17:27

동아건설 2000년에도 보물선 발표
17일 연속 주가 상한가 친 뒤 휴짓조각
신일그룹 인수대상 제일제강 주가 30% 상승
해수부 “신일그룹, 발굴 신청서·발굴 보증금을 내지 않았다”
신일그룹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함미. 신일그룹 제공.
신일그룹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함미. 신일그룹 제공.
금괴를 실은 침몰선이 113년 만에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됐다는 이슈가 제기되면서 인수 대상으로 알려진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 누리집은 18일 일일 데이터 전송량 초과로 사이트가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해당 업체가 발견한 선박은 113년 전의 러시아 침몰선 돈스코이호가 맞을까요? 돈스코이호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를 실은 보물선일까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인수 대상으로 알려졌던 코스닥 상장기업 제일제강의 주가가 17일 전 거래일 대비 30% 오른 가격에 장을 마감해 상한가를 기록했는데요. 다음날인 18일 오후 제일제강이 신일그룹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급하게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정작 해양수산부는 신일그룹이 ‘보물선’을 발굴하기 위한 발굴 신청서와 발굴 보증금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관련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요. 승인신청을 할 때 작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매장물 추정 가액 10분의 1이상에 상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하게 돼 있기 때문이지요.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신일그룹은 일단 그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이슈는 2000년 동아건설 사태를 떠올리게 됩니다. 워크아웃 대상이었던 동아건설은 그해 12월 20일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연속 17일 상한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결국 인양이 좌절되면서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지요. 동아건설 주가는 2000년 12월15일 1주 당 360원이었는데 보물선 발견이 알려지면서 상한가를 쳤고, 다음해 1월4일 3265원까지 올랐습니다. 무려 10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죠. 그러나 2001년 6월 7일 마지막 종가 30원으로 거래소에서 초라하게 퇴출됩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돈스코이호에 금괴 적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동아그룹은 신일그룹과 다르게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해수부에 승인신청까지 해놓은 터라 투자자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 국내 유일한 해양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소(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를 통해 탐사를 시작했거든요.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블룸버그, <인디펜턴트>, 러시아 <생트페테르부르크타임스> 등은 한국발로 보물선 발견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3년 뒤 화제가 됩니다. 동아건설이 2003년 5월20일 돈스코이호 발견 카드를 또다시 들이민 것이죠. 해양수산부는 다시 선을 긋습니다.

“울릉도 저동 앞바다 약 2㎞ 지점 수심 약 400m에 해당되는 곳에서 발견된 동아건설 측 추정 러시아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진짜 돈스코이호인지 아닌지 여부가 확인된 바 없다.”

보물선이라 해도 소유권이 한국과 러시아 정부, 동아건설 가운데 누가 될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를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돈스코이호가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를 실을 수 있는 배인지도 의문입니다. 돈스코이호는 제정 러시아 발틱 함대 소속의 6200t 급 전함으로 1905년 5월 울릉도 근해에서 침몰했습니다. 2001년 50조∼150조원에 이르는 보물이 실려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금 시세를 감안하면 6000t 급 전함이 전쟁 중에 그 정도의 금괴를 싣고 다닐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동아건설이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매장물발굴 신청서를 봐도 금괴 추정 무게는 500㎏에 불과합니다. 500㎏이면 현 시세로 약 220억 원입니다. 2001년 동아건설의 조사 용역비용만 10억 원이었으니, 인양비까지 합하면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입니다. 지출은 많지만 수익은 불확실한 게 보물선 탐사 프로젝트인 셈이죠.

돈스코이호 인양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은 1916년 처음으로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을 시작한 뒤 수십 년동안 도전했습니다. 국내에선 1981년 도진실업이 시도했다가 실패합니다. 신일그룹이 제2의 동아건설이 될지, 실제 인양에 성공할지는 신중히 두고 봐야 할 사안입니다. 섣부른 투자로 소중한 자산을 날려선 안 되겠죠?

▶인터랙티브 뉴스 : 보물선, 비밀을 품은 시간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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