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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수단체 공격받은 보광사 주지 일문스님

등록 2005-12-06 18:59수정 2005-12-06 18:59

부처님 눈엔 좌우없어…폭력이 안타까울 뿐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에 좌익, 우익이 어디 있겠습니까?”

5일 우익단체 회원들의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경기 파주시 광탄면 보광사의 주지 일문 스님의 표정은 침통했다. 비전향 장기수 묘비에 새겨진 비문에 대한 우익단체 및 언론의 끈질긴 시비를 받아들여 이를 자진 철거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던 도중에 묘가 강제로 파헤쳐진 터라 그는 더욱 참담해 했다.

일문 스님은 6일 “우리가 끝까지 묘비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르더라도 합의할 만한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화의 노력도 없이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 묘비 훼손 납북자 송환 악영향 우려

망가진 묘비 속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의 유골을 수습했지만, 불자로서 안타깝고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묘를 열고 옮길 때에는 독경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살아계신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이 그마저도 시비가 될까 걱정스럽다며 말려 독경도 못하고 파헤쳐진 유골을 수습했습니다.”

북송을 요구하다 한국에서 숨을 거둔 비전향 장기수들이 보광사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8년부터였다. 비전향 장기수 금재성씨가 오랜 병고 끝에 숨졌는데 연고가 없었던 까닭에 묘를 쓸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당시 보광사 지주였던 효림 스님은 금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돌아가기를 원했던 북한과 가까운 파주 보광사에 묘를 쓰기로 했고, 이때부터 몇몇 비전향 장기수들의 유해가 보광사로 모여들었다. 야산에 듬성듬성 놓인 묘들이 관리가 안 돼 잡초가 무성해진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해온 일문 스님은 4월 류락진씨가 숨졌을 때 야산에 축대를 쌓고 비전향 장기수 6명의 묘를 가지런히 모아 ‘연화공원’이라고 이름붙였다.

“부처님 눈에는 좌도 우도 없지요. 수십 년씩 옥살이를 하면서도 북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다 돌아가신 불쌍한 분들인데, 나중에 남북관계가 개선돼 유골이 북으로 송환될 때까지라도 이곳에 편히 모시겠다는 생각으로 연화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일문 스님은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남북관계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을 걱정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국군포로나 전사자들의 유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유족들이 있듯이, 북에도 비전향 장기수들과 그들의 유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비전향 장기수들의 묘비까지 훼손하는 행위가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등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보광사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사회갈등을 일으키게 된 것 같아 죄송스럽다”며 “우리나라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약자들에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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